[오목대] 표현의 자유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건국헌법에 처음으로 자유라는 말이 쓰인 자유당 시절, 남의 코앞에다 주먹을 들이대고는 ‘안때렸으니까 내 자유’라고 농(弄)짓거리를 하던 적이 있다.

 

상대방이야 위협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든 말든 직접 때리지 않았으니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심보다. 느닷없이 자유라는 것을 맛보니까 모든 것을 내맘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줄 알았지 남의 자유는 전혀 개의치 않은 무지의 소치에서 나온 농담이 아닌가 싶다.

 

헌법에 보장된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표현의 자유 포함)와 종교의 자유·양심의 자유·학문의 자유·집회결사의 자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헌법이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어느 한 쪽에만 무한정으로 특별히 보장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자유가 됐든 자유에는 누리는 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법이고, 만약 남의 자유와 충돌을 빚을 때는 법의 판단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인터넷상에 주관적 목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실은 안티사이트를 폐쇄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가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나 타인의 명예나 신용도 보호 받아야 할 중요한 권리”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 또한 지난해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가 맞설때는 병역의 의무가 우선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한 피고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도 대다수 대법관은 “양심의 자유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케하고, 다른 헌법적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일 하루를 담은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앞뒤 3개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려 ‘표현의 자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영화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예술창작에 대한 무지와 천박한 편견이 작용한탓”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사회 일각에서는 “아무리 영화가 허구라지만 관객들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며 “고인의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다더니 이래저래 사람사는 곳은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