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반대 서명작업에 나서고 마을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 만큼 사태가 어디까지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평화롭던 시골이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화약저장소 설치사업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준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반대운동은 뒤늦은 감마저 있다.
하지만 이제와서야 반대운동이 벌어지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른바 공복(公僕)을 자임하는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이 그 핵심이다.
형질변경허가와 건축인허가를 담당하는 남원시는 화약저장소가 어느 규모로 건축되고 있으며,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보의 취재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우리 소관사항이 아니다’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대답 뿐이었다.
그러니 주민들에 대한 사전 설명이 있을리 만무했고, 지역 주민들이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여지도 없었다.
문제는 화약저장소가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에 관계되는 위험시설이라는 점이다.
이 화약저장소의 저장 규모는 최고 20톤. 안전에는 큰 위험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인근에 또 다른 화약저장소가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하며, 땅값 하락과 지역의 이미지 추락이라는 부작용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공직자들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일처리를 한 것은 아니다. 주민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사업 진행정도에 대한 파악도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안전과 재산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마치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수수방관했다는 점에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복(公僕)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