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비자금(秘資金)

비자금(秘資金)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이 회계조작으로 생긴 부정한 돈을 세금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특별히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비자금은 통상 납품가격의 조작이나 접대비·기밀비 조작, 임금과 비용의 과다계상, 매출누락과 순이익 조작 등의 방법을 통해 조성되는데 그 숫법이 워낙 교묘해 웬만한 감사로는 그 전모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간혹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돕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정관계 로비를 위한 뇌물로 빠져나가 탈·불법의 온상이 되거나 지하경제를 조장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자금은 이처럼 각종 사회악을 양산해 국가발전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으나 거의가 사회지도층들이 연관돼있어 쉽사리 척결할 수가 없다.

 

비자금이라고 하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사실 국민들은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자금이 무엇인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비자금이라고 해봐야 고작 몇천만원에서 몇억원 정도였으니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는 액수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자리도 자리지만 비자금 액수가 천문학적인 숫자여서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 서있는 것조차 말로는 다할 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 노씨는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 ‘대국민 사과문’을 들으면서 오히려 노씨보다 더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전씨는 또 어떠했는가.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차남 재용씨에게 증여한 비자금 40억원이 드러나자 “내 총재산은 29만1천원 밖에 없다”며 코미디 같은 진술을 해 국민들을 웃겼다. 부부는 함께 살면서 닮아간다고 이순자씨도 자신이 관리해오던 비자금 1백30억원이 들통나자 “친정살이 하면서 어렵게 모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주장해 국민들을 또 한번 웃겼다.

 

4급이상 공직자들의 재산등록 현황이 공개되면서 작은 소동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아내가 자녀위해 마련해 뒀던 비자금, 부모가 아들 몰래 숨겨논 노후자금, 남편이 용돈으로 감춰둔 비자금이 모두 밝혀져 가족간에 머쓱한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슨 비자금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