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통합전발연' 출범의 전제조건

조상진 정치부장

경제부장 시절, 우리나라 대기업 연구원 등에서 이메일을 매일 받아보곤 했다. 생각같아선 미국이나 일본 등의 유수한 연구기관에서 막 생산된 따근따끈한 리포트를 직접 찾아보고 싶었지만 언어가 짧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국내 연구기관의 논문이라도 받아 보자는 것이었다. 핑핑 돌아가는 경제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요량에서 였다.

 

이때부터 삼성경제연구원(seri.org) LG경제연구원(lgeri.com) 현대경제연구원(hri.co.kr)을 비롯 KDI, 농촌경제연구원, 한국은행 등으로 부터 메일을 받았다. 참 편리했다. 이들 중 seri.org는 내용이 가장 알차고 유용했다. 거의 매일 1건 이상 올라오는 논문은 경제및 경영 전반에 관한 시야를 트이게 했다. 삼성의 저력이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

 

아쉽다면 대통령 탄핵이나 행정수도 이전의 손익, 지방분권 등에 관한 자료를 보고 싶었으나 예민한 문제여서인지 그것들은 비껴 갔다.

 

요즘 전북발전연구원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새로운 출범을 앞두고 엉터리 용역보고서 문제며, 직원의 공금유용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평가위원들의 이름을 도용한‘2004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평가보고서’에서 촉발된 이번 문제는 10여년 동안 쌓였던 적폐(積弊)가 터져 나온,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한다. 뒤늦게 한영주 원장이 해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당사자들은 그의 퇴진과 도지사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전발연은 지난 92년 민간출연기관으로 출범한 경사연(전북경제사회연구원)이 그 모태다. 당시 전북지역은 낙후의 굴레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욕구가 컸었다. 그러한 동력이 싱크탱크로서 경사연을 출범시켰다. 도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지만 그 뒤 운영은 용두사미였다. 심종섭 최동섭 이연택 김인식 채수일 유봉영 김대곤씨 등이 얼굴마담 노릇을 했고 연구실적도 미미했다. 그 사이 당초 마련한 기금만 까먹고 말았다. 그러다 강현욱 지사 취임이후 전발연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친 여발연과의 힘겨운 통합도 마쳤다.

 

아마 13년 동안 연구원이 제 몫을 했더라면 전북도정이 안고있는 정책부재나 아이디어 빈곤도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합연구원의 출범에 앞서 몇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에 드러난 연구용역에 대한 해명뿐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3일 보고서에 이름만 들어간 평가위원 14명이 지적했듯, 작성경위 등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있는 사후조치를 해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둘째는 지금까지 해온 용역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다.

 

현안국책사업이나 각종 도정평가, 시군의 종합발전계획 등을 전북도나 시군으로 부터 용역비만 챙기고 부실덩어리로 내놓았는지 검토해야 한다. 베끼거나 짜집기 한 것 등을 골라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도 가려내야 한다. 세째는 연구원의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다. 전 전발연이나 여발연에 속해있던 모든 사람들을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또 다른 부실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내 대학 등의 인재풀 활용은 기본이다. 네째는 상시 평가시스템의 가동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연구원에 대한 상당한 대우와 지원 등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북에 관한 현안이나 연구 등을 알고 싶으면, 언제든 전발연을 클릭하거나 이메일을 받아 볼 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