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영화·드라마 촬영장

최근 한국영화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하는 작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세계의 유명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고 있다. TV드라마의 경우도 일본내 ‘한류 붐’을 일으킨 ‘겨울연가’를 비롯 최근 ‘해신’ ‘불멸의 이순신’등의 사극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대부분이 야외에 세트장을 설치해 촬영된 작품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같은 영화와 드라마가 상영내지 방영되고 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촬영장에 관심을 갖고 세트가 설치된 것을 찾기도 한다. 실제 ‘해신’의 촬영세트가 설치된 전남 완도를 비롯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있는 부안 변산반도에 요즘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자동 홍보가 돼 달리 선전을 하지 않아도 관광객들이 몰려 지역에 떨어지는 수입이 짭짤한 점에 착안하여 촬영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자치단체들이 촬영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트장 설치비와 제작비 일부는 물론 심지어 스태프 숙식비를 부담하면서 까지 과열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촬영장이 모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지 못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 성공률을 평균 20% 내외 수준으로 보는 것처럼 모든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다. 자칫 실패할 위험요소가 그만큼 큰 것이다.

 

작품이 좋아 흥행에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종영이 되면 그 영화나 드라마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곧 사라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거기에 관심이 쏠리는, 유행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영화나 드라마의 속성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실미도’나 드라마 ‘태조왕건’ ‘대장금’등을 최근 화제에 올리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 준다. 자연적으로 촬영장을 찾는 발길도 뜸해진다. 많은 비용을 투자한 촬영장이 애물단지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몇년전 드라마 촬영장 관광붐을 일으킨 ‘태조왕건’ 세트장이 설치된 문경과 제천시는 이제 ‘계륵’이 돼버린 세트장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문화·영상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북도를 비롯 도내 지자체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핑크빛 가능성에 집착하여 종합촬영소나 영상테마파크 조성등에 과다한 투자를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업의 투자 효율성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