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전북의 먹거리 산업

최석식 과학기술부 차관

필자는 지난 2월 23일 모처럼 KTX를 타고 지방출장을 다녀왔다. 전북 익산에서 열린 “중소기업특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시기라서 조금은 눈치가 보이고 멋쩍었지만, 태어난 곳으로의 이끌림이 지역균형발전 지원이라는 국가적 명분의 날개를 타고 힘을 얻었다.

 

필자는 그 회의에서 전북의 산업에 대한 몇 개의 수치를 얻어들었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전북의 비중이 인구 4%, 면적 8.1%, 제조업체수 2.8%, 제조업 종사자 수 2.4%, 수출금액 1.7%라는 것이다.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5.9%이며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상의 몇 개 수치에 비추어 볼 때, 전라북도 땅에 사는 국민들의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낮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무리일까?

 

필자는 전북이 역점을 두어 육성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① 자동차부품 및 기계산업 ② 생물산업 ③ 방사선융합기술 및 대체에너지산업 ④ 전통문화 ? 영상 ? 관광산업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또한, 전북의 지역연고산업이 익산의 귀금속 ? 보석산업 및 니트산업, 남원의 옷칠산업, 순창의 장류산업, 임실의 유가공산업 등이라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보고서도 읽었다. 이런 전략산업과 지역연고산업들은 적절하게 선정되었을 것이며,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중에는 필자가 애정을 갖고 지원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어 보람을 갖는다. 앞으로도 계속 후원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일반적인 현상 때문에 전북의 먹거리 산업에 대해서도 걱정이 크다. 그것은 중요 산업이나 중요 기능의 내면적 수도권 회귀현상이다. 지방에 자리 잡았던 기업(또는 조직)들이 슬금슬금 올라오거나, 지방의 본사보다 더 큰 사무소를 서울에 차리거나, 중요한 부서를 수도권에 배치하는 현상이다. 알맹이는 수도권에 집결시키고 지방에는 껍데기만 남기는 전술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가가치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수준 차이를 낳는다. 그 원인은 자금, 인력, 정보, 시장, 교육여건, 생활여건 등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우수인력의 지방근무 기피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발전의 단초를 우수인력의 유치 가능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관련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전북에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자녀교육과 문화생활 여건 등의 불리함을 무릅쓰고도 전북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독점성을 가진 것이면 더욱 좋지만,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서는 전북에만 있는 산업과 일자리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물론,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것이어야 한다.

 

그런 산업이 갖추어야 될 요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상징성, 역사성, 연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전북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전북의 문화와도 맥을 같이하고, 전북인의 기상과도 통하는 브랜드여야 한다. 둘째, 전북에서 지금까지 크게 성공한 것일수록 좋다. 기술과 산업은 축적을 통해 발전하고 경제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새것을 발굴함과 동시에 옛것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 셋째, 다른 첨단기술과 융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시장수요를 확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앞으로는 융합제품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며, 모든 기술과 모든 제품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극미세기술(NT) 등과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환상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북도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부족함이나 없음을 탓할 겨를이 없다. ‘현재의 없음’은 ‘과거에 찾지 않음’의 결과일 따름이다. ‘찾는 것’은 다름 아닌 연구개발이다. 전북의 상징성, 역사성, 연관성의 관점에서 부단히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전북이 이미 선택한 전략산업과 지역 연고산업 중에서 육성의 강도를 달리하고 새로운 영역을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부단히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전북지역에 지정된 5개의 국가산업단지와 10개의 지방산업단지를 가득 채울 수 있고, ‘농업사회의 먹거리’를 제공했던 전북을 멀지 않은 장래에 ‘지식기반사회 먹거리’의 세계적 공급기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전북의 먹거리 산업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