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진정한 '농협개혁' 기대한다

권순택 경제부장

최근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바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들어 도내 10개 조합에서 조합장 선거를 치른 결과, 군산 옥산과 남원 축협을 제외한 8곳에서 모두 초선이 당선됐다. 10개 조합 가운데 현직 조합장이 불출마한 4곳을 제외하면 6곳 가운데 4곳에서 현직이 낙마한 것이다. 현직 프리미엄에도 조합장의 2/3가 낙선한 것은 농협의 새바람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도 연말까지 모두 17곳에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이같은 기류의 지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농협 조합장은 적지않은 보수와 함께 인사·경영권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자리로서 지역사회에선 노른자위 기관장으로 통한다. 같은 선출직인 광역·기초의원보다 실익이 있기 때문에 도의원과 시·군의원 중에서도 조합장 자리에 눈독을 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 전국 농협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6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1년 4700만원에서 2년새 36%나 올랐다. 여기에 업무추진비 등을 합치면 조합장에 대한 한달 평균 지급규모는 약 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전국 농가 평균 소득 2687만원에 비하면 무려 3.5배에 달하는 액수다.

 

대도시 농협에 비해 규모가 적은 전북의 경우 전국 평균 보수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농민 조합원에 비해 고액 연봉자임에는 틀림없다. 조합장 선거때마다 과열·혼탁양상이 빚어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고액 연봉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 각종 수당을 통폐합, 급여체계를 단순화하는 한편 조합장의 기본 연봉을 3500∼5500만원 수준으로 대의원회에서 결정하고 조합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도록 시달했다.

 

하지만 농협에 대한 농민과 조합원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게 사실이다.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조합 직원들을 위한 조직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경남 진주 합천 등지의 농협에선 얼마전 조합원들이 직접 나서 조합장과 전무·상무 연봉을 4천만원 미만으로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금융 대출금리는 농민 조합원에게 큰 불만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농협중앙회가 조합원들의 다양한 개혁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농촌 새농협운동’을 주창하고 나섰다. ‘농협’이라는 이름만 빼고는 모두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농협이 아니라 조합원을 떠받드는 농협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농협의 개혁방안은 크게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농협 개혁의 출발점은 농협 내부 구성원이 아니라 조합원과 농민이 중심이 돼야한다. 아무리 개혁을 외치더라도 조합원들의 체감이 없다면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뿐이다.

 

진정 조합원과 농민이 원하는 것, 요구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농협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이행과 실천을 위해선 지역농협의 체질과 조직, 사업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에 대한 개혁회오리가 불었지만 번번이 형식과 시늉에 그쳤던 전철을 다시 밟아선 안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노도처럼 밀려오는 개방화시대에 농협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농협, 고마운 농협’으로 거듭나는 농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