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문화콘텐츠로서의 바둑

전국적으로 온-오프라인이 떠들썩하다. 3월초에 있었던 농심배 상하이대첩으로 한국을 기사회생시킨 이창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로써 한국의 대회 6연패는 물론 이창호 9단의 단체전 14연승 불패기록이란 대기록도 작성되었다. 우리나라 기사가 모두 탈락하고 5명이 남아 있는 중·일의 고수들을 차례로 이겨내는 신화 앞에서 마음고생이 심한 고구려사 왜곡 및 독도문제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장본인이다.

 

그 덕택에 한류열풍의 최고의 스타로 현재 급상중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천하제일인’ 혹은 ‘천상인’ 등 무수한 칭호로 이창호 사범을 존경하며, 그의 사고의 깊이에 감탄을 자아낸다. 하물며, 마지막 대국인 중국 왕시와의 대국에서 중국인들조차 70%가 이창호가 이기기를 바랬다고 하니 과연 명불허전 이창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혹자들은 이번 사건을 한편의 영화같은 역전드라마라고 치켜세우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창호를 상대한 모든 기사들은 한결같이 “이창호의 강대함은 이창호와 맞서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고 한다”고 술회한다. 이와 같은 강대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

 

이창호는 14세때 이미 세계대회를 제패하며,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바둑인이다. 오직 바둑만이 그의 인생이었고 반려자였다. 아무리 파 들어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속을 헤매는 진정한 바둑인이다. 바로 이러한 철저한 자기관리는 ‘돌부처’라는 수식어처럼 한 분야의 장인으로서의 완성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되기 보다는 문화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창호 덕택에 최고의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바둑붐이 엄청나게 일고 있으며, 어린이 바둑교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중?일에 비해 오랫동안 묵묵히 인내하며 참아온 세월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따라서 문화란 오랜시간 동안 숙성되고 가공되어져 차후에 상품으로 환원될 수 있는게 바로 문화콘텐츠인 것이다. 단기간에 투자하여 수익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접근이야말로 문화의 힘을 쇠퇴시키는 길이다. 최근 들어 얼마나 많은 젊은 감독들이 영화계에 감독으로 입봉하여 우리 뇌리 속에서 그렇게 쉽사리 사라졌는가 ! 모든 문화축제를 산업화하겠다는 미시적인 접근은 누구의 발상인가 !

 

세계바둑챔피언이 되고 싶다던 컴퓨터의 천재인 빌 게이츠도 바둑을 배우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할 정도이고, 질 들뢰즈도 그의 저서인 『천개의 고원』에서 닫힌 세계인 체스보다는 열린 세계인 바둑이 더욱 심오하다고 표현하면서 사유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동안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남아 우리자신을 사유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사유이미지인 영화이다. 물론 대중적이고 오락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브레히트의 말처럼 '지식의 습득에서 오는 희열‘을 느껴봄이 어떨까?라고 필자는 자문해본다. 또한 바둑 인구 천만이 넘는 시대에 전주가 낳은 세계적인 국보급 자랑인 이창호를 기념할 수 있는 바둑영상체험관을 지어 보면 어떨까? 필자 혼자 뇌깔여 본다.

 

/김건(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