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설명하기 어려운 기질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를 관전했을 때의 모습은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우리들의 이런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외신의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고 그런 분위기에 감동을 한 일부 외국의 축구선수들은 우리나라로 아예 둥지를 옮기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던 애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 관람객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웃 일본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술을 이용하여 상품을 만들어 파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재주를 가졌다. 덕분에 1960년대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트랜지스터 상인’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모방을 통한 재창조의 기질은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끌어 올렸다. 우리 것을 자기네 것처럼 팔아먹은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김치’다. 우리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겠지만 이들에게는 단지 아이템만 빌려갔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러한 기질을 가진 두 나라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웃한 나라끼리 알콩달콩 지내는 경우가 전 세계를 두고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러한 긴장관계가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에서 부는 ‘한류열풍’이 역수입될 조짐을 보이는 모양이다. 미완의 한국 연예인을 데려다가 일본의 한류열풍 주역으로 키운 다음 한국 무대에 진출시킨다는 ‘역수출’기획을 일본 사람들이 시도하는 모양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