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내 통신사를 통해 전주영화제 폐막작이 기사화됐다.
상영작 발표회를 사흘 앞두고 ‘극비’에 부쳐졌던 폐막작이 알려지면서 영화제 사무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폐막작이 조직위가 공개하기도 전에 공개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남극일기’ 상영에 대한 기사의 내용이다.
의외라고 시작된 이 기사는 ‘남극일기’ 상영 결정에 대한 평가를 ‘전주국제영화제의 현재 위상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다’고 전한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개봉 전 노출은 조심스럽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송강호 유지태라는 초호화 캐스팅에 총 제작비 82억원을 들여 만든 작품을 굳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영화제에 기댈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다.
“고민 끝에 전주영화제 상영을 결정했다”며 “‘남극일기’로 전주영화제가 ‘붐 업’되기를 바란다”는 제작사 측의 입장을 밝힌 대목에서 전주영화제는 더 참담해진다.
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크던 작던 영화제 개·폐막작에는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영화제작사나 영화감독의 입장에서는 국제영화제에 초대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흥행이 보장된 영화라할지라도 전주영화제 폐막작 상영이 ‘득보다 실이 많은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는 전주영화제에 대한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가볍게 넘기기에는 너무도 뼈아픈 지적이다.
이날 폐막작이 알려지면서 개·폐막작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가 영화제 사무국에 쏟아졌다고 한다.
폐막작은 노출됐어도 개막작만은 밝힐 수 없다는 사무국의 의지는 필사적이었다. 상영작 설명회에 보다 많은 언론이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개막작 지키기’ 보다 ‘영화제 위상쌓기’가 더욱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