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 관습법이 거론된 적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양식인 관습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관습법을 적용할 때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판결치고는 왠지 모르게 옹색하여 씁쓸한 느낌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도내에서 의료계의 가짜 박사학위 남발로 많은 교수들이 사법처리되고 있는데 그 처리과정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런 행위가 관행처럼 굳어진 행위라는 이상한 변명과 일정금액 이상의 돈을 받아야 구속처리된다는 검찰의 기준제시가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보통사람들이 수긍하기 쉽지 않은 듯하다.
관습이란 예로부터 되풀이되어 온 집단적 행동 양식이다. 따라서 관행처럼 돈을 받고 학위를 주는 것이 의료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한다면 선량한 교수들과 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대단한 모독이 된다.
더군다나 관습은 도덕이나 법과 더불어 공공적인 사회규범이다. 도대체 돈을 받고 학위를 주는 것이 규범적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성을 가진 것인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도덕을 위반하면 사회적 비난을 받고, 개인적으로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법을 어기면 국가의 처벌을 받는다. 관습을 위배하면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눈총을 받는다. 관행이었다면 구태여 법의 처벌까지 받을 일이 있을까.
일단 교수집단이 돈을 받고 학위를 주었다는 것은 범죄의 동기면에서 질이 좋지 못하다. 그리고 범죄가 드러난 후, 엉뚱하게도 관행 운운하니 이는 물귀신 논리이다. 도대체 반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교수집단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성직자 집단만큼이나 강하다. 특히, 여유있다는 의료계 교수들이 돈을 수수한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파장의 범위가 커서 일정금액 이상의 돈을 받은 경우만 구속처리하기로 했다하니,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기준금액이 생경할 뿐 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단돈 몇십만원에 구속되는 판국에 이게 무슨 황당한 기준이란 말인가. 누워서 아무리 생각해도 법조계가 바로 서는 길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