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한식 개사초(改莎草)

요새는 풍속이 바뀌어 한식(寒食)날을 평일처럼 지내지만 예전에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큰 명절로 쳤다. 다만 한식에는 특별한 민속놀이가 없다는 점이 여느 명절과 다르긴 하나, 이날 하루만은 일체 불(火)을 멀리하면서 찬 음식을 나눠 먹는 색다른 풍습이 이어져 내려왔다. 한식에 불을 다루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0이 분분하여 정확한 유래를 알 수가 없지만, 아마 이 시기에 산불이 잦아 불조심을 하라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싶다.

 

또한 한식날은 다른 명절과 같이 조상에서 제사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묘역을 살펴보고 헐은 곳이 있으면 개사초(改莎草)를 했다. 한식에 잔디를 입히면 활착률이 좋아 묘소를 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묘지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을 정성껏 섬겨야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장례문화가 매장 일변도로 이어져 내려온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민속신앙과 무관하지가 않다.

 

좁은 땅덩어리에 묘지만 늘어나 한 해가 여의도 크기만한 면적이 잠식을 당한다며 납골묘를 권장하더니, 이제 납골묘도 환경을 훼손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폐단이 있다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더구나 납골묘는 대부분 대리석으로 설치하는 바람에 한번 설치하면 거의 영구적일뿐 아니라, 호화납골묘를 설치해 주위에 혐오감을 주는 일이 허다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벌써부터 어떤 지자체는 납골묘 설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을 했다.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매달려 고민하고 괴로워 한다. 자기 살 방책도 강구를 하지 못하면서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을 놓고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며 미혹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실 죽은 자에게 장묘행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산자의 관념으로 이러쿵 저러쿵 재단을 하려 드는지 인간의 어리석음이 딱하기만 하다.

 

올 한식에도 어김없이 개사초 행렬이 이어졌다. 조상 묘소를 돌보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니 굳이 시비를 할 필요가 없다. 땅이 좁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죽은 육신이니 언젠가는 산 사람에게 땅을 다시 내 놓을 것이 아닌가. 어차피 사람은 자연의 일부분인 것을, 어찌 자연과 자꾸 갈라서 생각하려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