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연구기반 강화 위해 돈거래?

김종표 교육문화부기자

“이번 사건은 사랑하는 후배 교수들에게 선배 교수들이 겪었던 어려운 의학연구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일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도내 대학 의학계열 일부 교수들과 개업의들 사이의 석·박사 학위 돈거래 사건과 관련, 해당 대학 학장들이 19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사죄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고 쓰인 현수막을 앞세워 들어온 학장들이 이날 발표한 사죄문은 뿌리깊게 내려온 학위매매 실태와 의학계의 도덕 불감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을 뿐이다. 물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죄의 표현은 포함됐지만 내용을 짚어보면 진심으로 우러나온 사죄인지, 해명인지, 기소된 교수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데 목적이 있는지 모호하다.

 

이들은 사죄의 글에서 금품수수를 ‘실험비 명목’으로 표현했고, 또 국가가 제공해야 할 연구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하고 선배 교수들이 후배들에게 어려운 의학연구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는 ‘일념’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혔다.

 

학장들은 “이번 사태의 실질적 피해자가 젊은 의학도들이 아니길 바라며 환자 진료에 폐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원한다”면서 피의자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렵게 연구한 선배들의 전철을 후배들이 밟지 않게 하기위해 돈거래라는 그들에게는 아주 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뜻인지 의아스럽다.

 

젊은 의학도와 환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들먹이며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도 우습다.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또 이를 내준 의사와 교수들이 가장 두렵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제자와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의료인과 교수들은 우리 사회 다른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아 마땅하다. 발표를 위한 사죄가 아닌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