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자백가들이 쟁명(爭鳴)하던 춘추시대는 어지러운 세상이었다.
심지어 잡가(雜家)까지 등장해 설(舌)로써 설(設)을 만들어 퍼뜨리니 백성들이 난세의 어지러움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새롭게 떠오른 군자의 덕목이 신언(愼言)이었다.
말을 삼간다는 뜻이지만 그 속엔 매사를 냉정하고 성실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함부로 입을 놀려 지껄이지 않는게 신구(愼口)요, 언행을 조심하는데 신근(愼謹), 색을 삼가하는게 신색(愼色), 신중하게 선택하는게 신택(愼擇), 혼자 있을때라도 삼가고 조심하는게 신독(愼獨)이다.
그 신(愼)과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망(妄)이다.
망은 망녕됨이요 허망함이다.
허망하니 성실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하니 사람을 잘 속인다.
그래서 망은 법에 어긋난다.
착각 또는 환각 상태가 망각(妄覺)이고 그 상태에서 제멋대로 구는 것이 망동(妄動)이요, 함부로 튀어나오는 말이 망언(妄言)이다.
망령(妄靈)이 들면 망상(妄想)속에서 망발(妄發)하기 십상이요 그 끝장은 망신(妄身)에 이른다.
익산시와 시의회가 A의원이 무심코 내밷은 말 한마디를 놓고 심한 감정대립을 벌이고 있다(본보 23일자 보도).
공직자들이 마치 놀고 먹는것 처럼 비하시켜 발언한 A의원의 발언은 직분을 떠나 인간적인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시의회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자 시의회는 공직자들의 요구가 의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는등 서로 한치의 양보없는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무심결에 던진 말 한마디의 후유증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선례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익산시 과학산업과 직원 10명은 시청 광장에서 A의원의 직원 비하 발언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동양물산기업(주) 특별지원 동의안과 익산보석산업 특구계획안에 대한 동의 절차를 구하는 과정에서 A의원이 “봉급 타먹기가 미안하닌까 이렇게 자꾸 일만 벌이는것이냐 ”고 비하성 발언을 내뱆자 해당 공무원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시의원이라는 직분을 이용하여 인간적 모욕감을 안겨 주는 망발은 직무를 떠나 도저히 참기 힘든 인격비하 발언이라며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하고 말았다.
시의회 역시 일부 직원들의 이같은 돌출 행동에 대해 크게 당황하면서 도저히 묵과할수 없는 의회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나섰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자료와 계획등이 마련되지 않아 자료 보완을 요청하는것은 의회로서 당연한 조처 아니냐며 철저한 책임 문제를 따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집행부와 시의회간의 대립이 이제는 잘잘못을 떠나 감정의 대립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
결국 A의원의 말한마디 실수에서 비롯된 망발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집행부와 시의회 전체에게 돌이킬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기고 익산시민 전체에게도 또다른 망신살을 던져 주고 말았다.
시의원이든 공무원이든 시민 전체의 망신살로 이어질수 있는 망발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조심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