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썩을 때까지 묵힌 배추와 생마늘로 범벅된 김치나 먹는 나라로부터 우리가 뭐 달리 기대할 것이 있겠는가?” (미국 시사주간지 뉴욕옵저버 3월 28일자에 평론가 렉스 리드가 기고한 우리나라 영화 ‘올드보이’ 리뷰)
참으로 민망한 말씀이다. 거기에다 대고 옹기 팔아먹자고(?) 옹기에다 담으면 땅속 1미터에 담는 효과가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변명을 해야겠다. 김치와 된장 등으로 이야기 되는 우리 음식문화의 대표적 특징인 “발효”는 그 과정이 매우 독특하다. 배추김치를 담근다 하자, 유산균을 따로 배양을 해서 넣는 게 아니라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가 이런 저런 양념을 넣는 조건만 만들어 놓고 자연에서 부른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사사건건 간섭하는, 심지어는 남의 나라 주권까지 빼앗는 제국주의 속성으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교해서 그네들의 발효음식을 먹어보면 이 사람들은 음식을 기절시켜서 먹는 형상이다. 간섭하기 좋아하고, 의심이 많은 그 조심성이 조마조마한 마음에 차마 갈 때까지 못가보고 잠시 기절시켜 놓구서 그걸 자꾸 발효라고 우기는 걸고 보인다. 발효의 본질과 참맛은 그 즈음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갈 때까지 가봐야, 그러니까 죽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죽어서 지 본성으로 안 될 놈은 죽어 그이의 말대로 그냥 부패고, 될 놈은 살아 부활, 즉 발효다. 이때의 죽음(부패)은 죽음(부패)이 아닌 것이다. 죽음(부패)위에 우뚝 선 부활(발효)의 과정을 거친 음식이라야 살아있는 사람을 다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게 영생이니 이러한 우리의 발효음식에는 생명존중, 자연합일의 하늘의 이치가 담긴 것이다. 이 엄청난 차이를 모르고 자기 무식으로 우리더러 썩은 음식을 먹는다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음식이 ‘먹이’이상의 그 무엇인 것은 먹는다는 것이 그 자체의 목적을 넘어서서 많은 것을 함축하며 기호화하기 때문이다. 또 영양 말고도 의례화 되기에 정신의 영역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네들이 말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쏘며 햄버거와 코카콜라, 핫도그와 오렌지소다를 먹으며 힘과 속도로 제국화 시킨 과시문화에서 우리 인류의 행복한 공존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반성할 일도 있다. 어려웠던 시절 그걸 폼나게 여겨 이제 따라하는 요즘의 음식소비문화가 그렇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하면서 그동안 문화적으로는 매우 소홀했던 점이 그렇다. 렉스 리드가 트집 잡은 김치는 이미 세계 속에 우리나라의 문화적으로 규정된 그 무엇인 것인데 김치의 본질을 몰라준다고만 할 일도 아닌 것이다.
한반도라는 땅에는 모든 게 담긴다. 공존한다. 발효천국이다. 이 땅에서 그 오랜 삶의 축적위에 아주 훌륭한 발효문화가 형성되었고 우리는 물려받았다. 우리는 이 발효문화를 세계만방에 자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우리 지역사회와 지역문화가 그 중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이현배(옹기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