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도 삼전도의 치욕이라는 사건이 있다. 병자호란의 패전으로 인해 조선의 인조가 청의 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려 땅에 쳐박는 가장 치욕적인 항복을 한 것을 말한다. 패전국이나 신하의 경우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번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청나라의 풍습에 따른 것이었다. 무참한 비굴함을 보인 사건으로 우리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항복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존심을 버려야할 때도 있지만 이런 치욕적인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또는 권력과 돈을 얻기 위해 스스로 굴욕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목적을 달성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영광을 얻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치욕을 자청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갑옷은 자존심이라는 말이 있다. 자존심은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정신이다. 자존심이 있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고 권력이나 돈의 유혹에도 당당하다.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아부하기 쉽고 결국에는 굴욕과 비참함의 그늘에서 스스로 초라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윗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알랑거리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본다. 잘 보이려고 비위를 맞추는 아첨은 얄밉기까지 한다. 가진 사람들이나 배운 사람들이 그러할 땐 그동안 어떻게 축재를 했고 뭘 배웠는지 궁금해진다. 그러한 사람들을 상사나 장으로 둔 사람들은 참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부하에게 모질고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크나 큰 희생을 감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비록 가난하고 힘이 없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