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언어의 힘

언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다. 그러한 기능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성경이다. 성경에 표현된 ‘말씀’이란 단어는 인간이 행동과 언어 즉 언행에 있어서 완벽하게 합치된 모습을 보여 준다.

 

기실 이러한 언어의 힘은 성경에서만 발견되는 사례가 아니다. 우리말에서도 흔히 ‘말이 씨 된다’라는 표현으로 남아 있듯이 우리 역시 언어적 표현과 사실의 관계를 밀접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인디언 역시 언어의 주술적 성격을 굳게 믿었던 민족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언어의 주술적 성격이 예나 지금이나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를 구성하고 있는 형식과 그 지시물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은 언어의 사용빈도와 정비례한다고 본다. 즉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빈번하게 할수록 그 형식과 내용의 긴밀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라는 속담이 이러한 언어의 속성을 표현한 것이다.

 

아직도 언어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다면 그런 언어 사용자는 이미 강력한 행동력을 가진 자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과 관련,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모든 종류의 ‘실질적인’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CBS의 국무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마틴은 이브닝 뉴스에 출연, “라이스 장관이 한 말에서 외교적 표현을 벗겨 버린다면 그녀는 ‘미국이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란 해석을 덧붙였다.

 

이러한 미국발 기사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등골이 충분히 오싹하다. 왜냐하면 여느 나라와 달리 이들은 말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북한의 내부 사태 초기에 적극적인 군사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가 반영된 ‘작전계획 5029-05’ 문건논란이 연상되는 것은 지나친 노파심일까. 문제가 되었던 작전계획이 국가안전보장 회의에 의해서 없었던 일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이번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그런 생각의 일관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완곡하게 표현했다 하더라도 그 본직을 숨길 수는 없는 일이다. 저들이 자기네 땅에서 벌어질 일이라면 그렇게 무심하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