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시험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지 않은 기억과 경험은 있을망정 시험은 나름대로의 기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은 궁극적으로 평가의 한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다.
평가가 주로 학생의 입장에서 거론되기는 했지만 또 다른 구성원인 교사의 평가가 요즈음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교사가 그동안 평가 없이 근무해 왔던 것은 아니었다. 근평이라고 불리는 나름대로의 평가 준거가 존재한다. 현행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 40조 및 41조에 따르면, 교원의 근무평정은 경력평정 42.45%, 근무성적평정 37.74%, 연수성적평정 14.15%, 기타 가산점 5.66%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현행 근무평정제가 연공서열과 실적이 핵심기준이어서 수업과 학생지도, 연구활동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교원평가제는 평가 주체로 교장·교감뿐 아니라 동료교사 및 학부모까지 포함시키고, 현행 근무실적평정과는 달리 학습지도 능력, 생활지도 능력, 교육자적 품성 등의 평가항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제도는 그 시행을 놓고 정부, 학부모단체, 교원단체가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각각의 입장을 밝히는 글에서 교육현장에 대한 몰이해의 오류가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석 달의 방학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교원들이 그 석 달 동안 논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일부 교원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교원의 모습을 전체 교원의 일인양 일반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대다수의 교원들은 방학을 이용하여 자기계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두고 갑론을박하기 이전에 우리 교육의 현장을 좀더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한 현장에서의 해결책이 다른 모든 교육현장에서의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