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에 1천명 넘게 출사표

내달 17일 예정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 1천명이 넘는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이란 대선 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등록했던 2001년 대선당시(814명)를 능가하는 것이다.

 

이란 내무부는 14일 닷새간의 대선 후보등록 신청 마감 결과 총 1천10명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16세 소년에서부터 86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출신성분이다양해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부를만한다.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여성도 89명이나 출마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등록후보 가운데 여성을 포함해 상당수는 중도 탈락할 전망이다.

 

대선에 정식으로 출마하려면 보수적 성직자들이 주축인 최고권력기관인 헌법수호위원회가 진행하는 엄격한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지난해의 입법의원 선거때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2천여명에 달하는 등록후보의 자격을 박탈해 개혁파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번 대선에 출마의향을 밝힌 후보중에는 실용적 보수파 지도자로 가장 유력한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70) 전 대통령과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으로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지낸 모흐센 레자이 같은 거물급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또 `이란자유운동'을 이끌면서 반체제 활동을 하고 있는 에브라힘 야즈디 전 외무장관과 여권 운동가인 아잠 탈레가니 등 상당수의 `반골' 인사들도 출마를 선언했다.

 

탈레가니는 여성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헌법수호위원회에 맞서려고 후보등록을했다고 말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아랍어로 남자, 어른이란 뜻을 갖는 `리잘'만이 대통령이 될수 있다는 헌법 규정을 내세워 여성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운동가들은 헌법상의 `리잘(Men)'은 남성의 의미가 아니라 성(性)과관계없는 정치적 주체로 해석돼야 한다며 여성의 대선출마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밖의 이색인물로는 정치적 배경이 전혀 없는 국가대표 축구팀 골키퍼 출신인낫세르 히자지가 있으며, 단순히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 후보로등록한 필부필부(匹夫匹婦)들도 적지 않다.

 

등록후보 수는 사상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번 대선에 대한 이란 국민의 열기는그다지 뜨겁지 못하다.

 

올해 처음 투표하게 된다는 알리 마흐무디는 "친구나 선생님들이 선거에 아무런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함마드 알리 테흐라니(24)는 "대통령은이란의 권력체계에서 아무런 실권이 없는 자리인데 의미없는 투표를 하는데 뭐하러시간을 낭비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이란 국영 TV는 다가오는 대선이 국가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란은 차기 대선에서의 높은 투표율이 유럽연합(EU)과 진행중인 핵 협상력을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 유권자는 약 4천800만명이고, 투표권은 15세부터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