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밤이 아름다운 도시

1897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류역사상 가장 큰 문명의 이기(利器)는 전등이었다. 전등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활동시간을 밤까지 연장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되면서 전등의 역할은 어둠을 밝히는 1차적인 영역을 넘어 실내장식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나아가 조명 자체가 건축물의 한 부분이나 예술작품으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명은 생활 속에서도 삶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으며, ‘상점의 조명에 따라 판매고가 달라진다’ ‘폐점후에도 쇼윈도 조명을 켜두면 다음날 매상이 오른다’ 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판매전략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도 있다.

 

또한, 조명은 도시의 관광정책에서도 중요한 전략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도시의 경관조명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요소로 부각되면서 세계 주요도시에서는 야간경관 조성이 한창이다.

 

경관조명에 있어서 대표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리옹시에서는 도시의 조명계획이 선거공약으로까지 내세워졌었다. 1989년, 미쉘누아루 시장은 공약대로 150개 건물과 교량에 조명기기를 설치하여 도시 전체를 화려한 조명 예술작품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이 조명계획은 컨벤션 산업과 연계되어 리옹시를 세계적인 관광·국제회의도시로 급부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리옹시는 ‘역사깊은 도시’,‘실크와 음식의 도시’로서의 명성에 덧붙여 ‘밤의 도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1983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요코하마(1986), 삿포로·나고야(1988) 등 주요 도시에서 야간경관개선사업이 추진되었고, 1994년 교토에서는 수도지정 기념으로 도시의 역사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조명디자인계획을 수립하는 등 조명계획이 도시경관형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다뤄져 왔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야간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에서는 남대문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포스코 본사 등 대형건물에 전문디자이너에 의해 계획된 옥외조명 설치를 유도하고 있으며, 부산에서는 부산대교와 광안대교, 용두산 공원타워 등을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하여 관광효과를 높이고 있다.

 

우리 도시에서도 올해 문화축제 기간 동안 빛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루미나리에를 설치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루미나리에의 경우에는 도시의 경관조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루미나리에의 일시적인 효과로 경관조명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더욱이,‘에너지 절약’이나 ‘경제 살리기’와 같은 슬로건이 내걸린 현 사회 분위기속에서 경관조명에 욕심을 부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현 상태에서는 우리 도시에 경관조명을 한다고 갑자기 유럽의 도시처럼 한순간에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조명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대상이 변변치 않은 경우에는 그 효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시일 안에 효과를 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유명도시의 선례나 루미나리에를 통해 입증되었듯이 분명 도시 야간경관의 개선은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으로서의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세계 선진도시들에서는 도시의 경관조명계획이 다른 개발사업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도시의 모습을 일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고부가가치의 관광 상품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우리 도시도 어쩌면 지금이 도시의 경관조명이 필요한 가장 적절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윤정란(전주시정발전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