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소(牛)

“소(牛)는 짐승 중에 군자다…외양간에 홀로 누워 밤새도록 슬근슬근 새김질 하는 모습은 성인이 천하사(天下事)를 근심하는 듯하여 좋고, 장난꾼 아이놈의 손에 고삐를 끌리어 순순이 걸어가는 모양이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 같아서 거룩하고, 그가 한번 성을 낼 때에 ‘으앙’소리를 지르며 눈을 부릅뜨고 뿔이 불거지는지 머리가 바수어지는지 모르는 양은 영웅이 천하를 취하여 대로(大怒)하는 듯하여 좋고…”춘원 이광수가 을축년(乙丑年)에 쓴 우덕송(牛德頌)의 한 대목이다.

 

겉모습이 미련하고 우직스러워 사람들은 소를 깔보고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알고보면 소처럼 사람에게 유익한 동물도 없는 것 같다. 하루 밥 세끼 얻어먹는 죄로 평생 등가죽이 벗겨지도록 일을 해주다가 죽어서는 가죽·고기·뼈 모두를 사람을 위해 내놓는다. 생각할수록 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생겨난 설화인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하늘에서 검은 암소가 내려와 사람의 조상을 낳았다’는 창조 신화가 있다. 사람의 조상을 낳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내놓는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요즘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소 때문에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있다. 힌두교도의 어머니요 그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성역으로 남아 있는 소들이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도로를 건너는 바람에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가끔 치명적인 사고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뉴델리 시내를 배회하는 이 소들은 2천6백여개로 추정되는 불법농장(착유장)에서 가출을 했거나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 쫓겨난 것들로 대략 3만5천여마리나 된다고 한다.

 

급기야 이 소들이 여자 3명을 공격해 무참하게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자 뉴델리 고등법원이 “시당국은 일주일 내에 시내에 있는 모든 소를 몰아내라”는 준엄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시당국은 관계 공무원들을 총동원해 소를 외곽으로 옮기는 작업을 펼쳤으나 법원이 정한 시한에 강제퇴거된 소는 불과 3백여마리에 그쳤다. 애당초 실현가능한 판결이 아니였던 것이다. 소의 운명도 태어난 곳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새삼스럽다. 남의 나라 문화(종교적 신념)에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지만 진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떤 대우를 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