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건축물에서 땅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땅은 보통 흙과 물과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위로 이루어진 석맥(石脈)을 인체의 뼈에 비유한다면 물은 피가 되고 흙은 그 뼈와 피를 감싸고 있는 살이 된다. 그러면서도 땅은 그 용도나 관점에 따라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다양하게 불려왔다.
우리는 땅을 그냥 간단하게 토지(土地)라고 불러왔지만 생명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바라보면 땅은 토양(土壤)이 된다. 이와 달리 건축행위를 할 수 있는 땅은 대지(垈地)라고 하고 지적경계선으로 구획된 각각의 땅은 필지(筆地)라고 부른다. 또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는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땅은 부지(敷地)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여사는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대지(大地)라고 표현해 놓았다. 땅이란 그저 단순한 무생물체가 아니라 마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유전자를 가지고 증식을 할 수 있는 것을 생물이라고 하는데 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증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땅 그 자체를 생물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의미의 생물은 아닐지라도 흙은 제 몸 안에 박테리아나 지렁이 등 수많은 미생물의 삶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모든 생명의 근거가 되어왔다.
이렇게 흙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상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뭇 생명을 기르는 자양분이 되기도 하고, 제 몸 안에 기초를 끌어들여 건축물이란 개체를 땅 위에 버티고 서있게 하는 모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서있는 바로 이 흙과 땅을 건축의 근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