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군청이 하부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난데없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일이 생겼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건설교통부의 부동산정책을 놓고 ‘군청수준’이라고 폄훼를 한 것이다. 그런 비유를 할 때 갖다쓰라는 군청인지는 몰라도 전국 87개 군청과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에 진종근 전남 고흥군수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군정정책에 비교한 근거를 대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농어촌지역인 군을 극단적으로 비하하고 오류행정집단으로 매도하는 가벼움은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고 꼬집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동분서주하는 군수들 대다수는 이 시장의 발언처럼 불성실하거나 고압적이지 않다”고 비꼬았다.
엉뚱한 방향으로 불꽃이 튀자 이시장은 “군청의 행정수준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부정책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커버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을 했다. 불리하다 싶으면 말을 바꾸고 한 발 빼는 것이 정치인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시장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미 당사자들은 상처가 나고 말았다.
정치권의 말장난이 말이 아니다. 엊그제는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이 다음 대통령으로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생경한 소리를 했다가 논란이 일자 박근혜 대표가 나서 대신 사과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치를 말장난으로 하려는 정치인들은 차라리 직업을 개그맨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정말이지 국민들은 정치권의 정략적이고 저속한 말장난에 신물이 난다. 본인들은 무슨 대단한 유머나 화법인줄 알고 함부로 말을 해대지만 듣는 국민들은 멀미가 날 지경이다. 적어도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라면 공·사석 정도는 분간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