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건축에서는 보통 띠살이나 아(亞)자살 또는 완자살로 울거미를 만들고 그 위에 창호지를 바른 문을 띠살문이나 아자살문 그리고 완자살문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상적인 문(門) 이외에도 채광과 통풍전용의 창이 따로 존재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용어 중에 작은 바지주머니를 ‘봉창’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바로 이 봉창(封窓)이 그렇게 작고 요긴한 형태의 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봉창과 더불어 교창(交窓)이나 눈꼽재기창, 넉살무늬창 그리고 바라지창 등이 모두 우리 살림집에서 빛을 받아들이고 통풍을 하기 위해서 설치한 작고 귀여운 일종의 채광전용 창이었다.
또 ‘불 밝힘’이라는 뜻을 가진 불발기창은 안팎을 싸서 바르는 맹장지형 사분합문의 중간쯤에 빗살이나 아(亞)자살 그리고 만(卍)자살을 무늬로 만들어 채광창으로 사용되었다. 창덕궁 연경당의 대청마루에 달린 불발기창과 대덕군 회덕면 동춘당에 나있는 불발기창 등은 한번 보고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형태의 문살을 가진 채광창들이다.
이러한 작은 창들은 빛과 환기를 위해서 꼭 필요한 만큼만 뚫어놓고 겸손하게 잘 갈무리되어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본래 제 역할을 다소곳이 수행하면서도 저를 바라봐주는 모든 이들에게 아무 차별 없이 차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인생의 지혜와 겸손을 제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우연히 눈을 마주칠 때마다 창(窓) 그 이상의 의미를 저절로 느끼게 된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