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말은 ‘어떤 물건 위를 지나다’란 뜻의 ‘넘다’의 연결형 ‘넘어’와 흔히 표기상 혼란이 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상용(金商鎔)의 시 ‘산 너머 남촌에는’의 ‘너머’는 이러한 ‘넘다’의 파생 명사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이 시의 ‘산 너머 남촌’은 산 저쪽의 남촌(南村)으로, ‘너머’는 받침이 없는 표기가 바른 말이다. 만약 ‘산 넘어 남촌에는’이 되면 ‘산을 넘어가 남촌에는’이 되어 시상(詩想)이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산 너머에 외딴 집이 있다.’
‘창 너머로 밝은 달이 보인다.’
‘담장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들 ‘너머’는 다 산이나 창이나 담장 저쪽을 뜻하는 명사로, 받침 없는 ‘너머’가 바른 말이다.
이에 대해, ‘도둑이 담을 넘어 도망했다.’ ‘산을 넘고 고개를 넘어 너를 찾아 왔다.’의 ‘넘어’는 동사 ‘넘다’의 연결형으로 쓰인 것이다.
이들은 각각 ‘도망했다’와 ‘찾아왔다’를 한정해 주는 말이다. 이때의 ‘넘어’를 받침 없이 ‘너머’로 쓰면 잘못된 표기가 된다.
그러니까 박두진(朴斗鎭)시인의 대표작 ‘해’의 서두,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의 ‘넘어, 넘어서’의 ‘넘어’도 명사로서 받침 없는 ‘너머’가 바른 표기이다. 이것은 ‘산 저쪽, 산 저쪽에서’의 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