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규 교육도 무상인데 한글학교가 무슨 수강료를 받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학원 수강료는 군소리 없이 잘 내면서 한글학교에 수강료를 내는 것이 그렇게도 아깝냐고 응대하면 잠잠해 진다는 비법까지도 공개해 주었다.
재정 문제와 아울러 교사의 자질 문제, 교과 내용 문제 등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교장 선생님은 아무런 보수도 없는 자원봉사자였다. 물론 교사들도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 정도라고 하니 자원봉사자나 다름이 없는 형편이었다.
뮌헨의 한글학교도 2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름’, ‘다운’, ‘우리’, ‘나라’, ‘배움’ 이렇게 5반 그리고 서예반이 따로 있는 조그만 주말학교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직업학교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학교와 일본학교에 대한 자국민의 관심과 협조 그리고 참여는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열정만큼은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전공도 아닌 한국어 문법과 규칙 등을 익히기 위해서 하루 종일 힘겨운 수업준비를 해야 했지만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태권도를 10년, 15년씩 배우면서 한글학교를 다니는 독일 학생들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이들은 한국과 혈연이나 다른 연고가 전혀 없는데도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독일 현지에 한국을 알릴 만한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독일인이 극소수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열정적인 한글학교 선생님들을 보면서 황당했던 사건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 납치되었다고 다급하게 전화한 사람에게 ‘납치된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할 수 있었느냐’고 지적인 탐구심을 주체하지 못했다던 어느 한국인의 모습이었다. 같은 한국인인데도 한글학교 선생님들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독일 현지에서 정영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