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일이 있어 전주에 갔다가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뒷좌석에 앉아 차창 밖 풍경에 빠져 있는데 경적 소리가 요란하기에 앞을 보니 내가 탄 택시에서 앞 차를 겨냥해 내는 소리였다. 아마도 요 부근 어디 골목으로 들어가기 위해 방향 전환을 하고 싶은데 그 골목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도 얼마 동안을 앞서 가던 그 차가 마침내 갈 길을 정했는지 방향을 틀어 들어가는걸 보고 뒤따라가면서 계속 투덜댄다 결국 이 길을 갈려면서 그 지랄을 했다고..
기사님 설명에 따르면 이 길이 ‘강변로’라는 도로인데 교량부근은 모두 밑으로 언더패스를 만들어 놓아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호등이 잘 못되었다는 것이다.
너댓군데나 되는 언더패스의 직진신호가 녹색등이 있는가 하면, 좌회전이나 우회전표시등으로 직진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어떤 기관에서 내건 ‘교통사망사고 반으로 줄입시다’라는 슬로건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무엇보다 귀중한 것이 생명이니까.
그런데, 사망사고를 반으로 줄이는데 나는 어찌 해야 되지? 막연했다. 교통질서를 제대로 지키면 되겠지, 과속 안하고, 신호 제대로 지키고, 방어운전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사망사고가 반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가 아예 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
아니라 교통사고가 아예 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슬로건이 ‘경음기소리 반으로 줄입시다’ 했다면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겠는데 하고 상대방 입장에 서서 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 말은 쉬울지 몰라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그러나 조금 아주 조금씩이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분위기가 사회생활 곳곳으로 퍼져나갈때 진정한 복지사회로 가고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목적지에 닿아 차에서 내리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거스름돈은 그냥 두시고요. 이다음에 혹 제 차 뒤에서 신호대기 하시다가 제가 조금 늦게 출발하드래도 경음기는 3초만 기다렸다 울려주세요. 저는 경음소리에 깜짝깜짝 놀래거든요."
/계정희(남원 YMCA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