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예로부터 우리는 까마귀를 효자 새라고 했다. 까마귀의 나이가 들면 자신이 어미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중에 그러한 습성을 가진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호하기 위해 까마귀를 잡아먹으면 깜박깜박 잘 잊어버린다고 소문을 냈으며 까마귀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 구박을 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서양에서도 까마귀를 검은 고양이와 더불어 마녀의 변신이라고 생각하자 흉조 이미지를 확정시킨 듯하다.
까마귀의 효행은 우리 인간들이 본받을 만하다. 부모에 대한 공경을 바탕으로 한 행위가 곧 효, 또는 효행이다. 이 효사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가장 으뜸되는 덕목으로 중시하고 있다. 즉 효는 백행지본이라 하여 부모를 봉양하고, 공경하며 복종하고, 조상에게 봉제사하는 일이 의무화되면서 효사상이 우리사회의 규범으로 굳어졌다. 오늘날 효사상이 많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우리들의 언행을 지배하는 중심사상이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의가 없다.
동네에서 효자가 나면 그를 기리는 기념물을 세우곤 했으며 아예 동네이름을 효자리라 명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곳곳에 효자동이라는 동명칭이 많은데 대부분 예전에 효자가 기거하던 동네다. 전주 효자동도 그러한 곳중 하나다.
전북도가 전주 중앙동 시대를 마감하고 효자가 살던 효자동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신청사 개청식과 함께 이른바 집들이 행사가 있었으나 갑작스런 장맛비에 흥을 잃어버려 어찌됐든 낭비성 잔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효자동의 신청사라면 중앙동의 구청사 몰락을 그냥 방치하는 불효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