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간은 한결같지 않다.’는 세르반테스의 말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세월의 속도에 닿는 사람들의 느낌은 때와 곳에 따라 서로 다를 것이다.
빨리 오기를 바라면 더디 오고, 더디 오기를 청하면 빨리 오는 것이 세월이니까. 그러한 시간은 시시각각 철두철미한 공포요 불안이다.
더구나 사진 속의 한 순간처럼 흘러간 세월은 잡아 가둘 수도 없는 나이든 사람이 “가는 세월 어느 누가 막을 수가 있나요…….” 따위 노랫가락에 젖는 마음은 어떠할 것인가.
세월이 무섭고 불안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은 품에 크나큰 한(恨)을 묻고 당신이 가신지도 벌써 ‘달포’가 지났구료.”나, “야속한 세월…… 당신이 저승으로 떠나기 위한 마지막 대합실이 된 사북탄광의 그 막장! 그토록 엄청난 충격에도 벌써 ‘해포’의 세월이 흘렀구료.”에서 세월의 무서움과 안타까움을 나타낸 ‘달포’와 ‘해포’는 어떤 뜻인가.
‘달포’는 ‘한 달 남짓’을 ‘해포’는 ‘1년 남짓’을 가리킨다.
야속하다 할까 봐, 냉혹하다 할까 봐 차마 ‘한 달’과 ‘1년’으로 못박아 정확히 기억하는 표현을 피하려 할 때 쓸 수 있는, 실로 가상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날포’라는 말까지 있다. ‘하루쯤’이라는 뜻이다.
“성님, 끝낼람 둬 시간 걸리겠습죠?”
“예끼 이놈아, 빨라도 날포는 잡아야 할 게다.” 이렇게 쓸 수 있는 날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