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그 중 백미가 ‘빠삐용’이다. 주인공 앙리 샤리엘은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형무소로 압송된다. 악명 높은 이곳에서 9번의 탈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다. 2년 동안 징벌방에 수감돼 벌레 등을 잡아 먹으며 연명한다. 결국은 탈출이 불가능한 무인 고도(孤島)로 보내진다. 그는 여기에서 파도의 흐름 등을 면밀히 살핀뒤,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나비(빠삐용)처럼 훨훨 날아 자유를 얻는다. 1973년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이 영화는 자전적(?) 소설을 영화로 꾸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 ‘쇼생크 탈출’도 탈옥수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평화로운 바닷가를 배경으로 친구와 재회, 탈옥으로 얻어낸 완전한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현실의 탈옥은 영화와는 영 딴판이다.
지난 11일 전주교도소를 탈옥한 최병국(29)씨가 이틀만에 대전에서 붙잡혔다. 꼭 51 시간 동안 자유를 누린 셈이다. 탈옥 이유로 그는 두가지를 들었다. “면회오지 않는 아내와 두딸이 보고 싶었고, 교도소내 처우가 불만이었다”는 것이다. 첫째 이유는 인간적인 정(情) 차원에서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두번째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47개의 교도소가 있다. 이들 교도소는 한창 변신중이다. 의복과 식생활, 의료처우 등이 개선되고 권리침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많아졌다. 방송통신대학 과정이나 전문대 위탁, 제빵제과 기술 등 각종 직업교육 기회도 넓어졌다. 또 정부는 행형법을 개정, 내년 하반기부터 교도소 수용자에 대해 △원칙적인 편지 무검열 △면회객 접견때 교도관 무입회 △면회내용 무기록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개방형 교도소도 늘리고 민영교도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교도소의 대명사였던 ‘콩밥’도 사라졌다. 쌀과 보리가 8대 2로 섞인 밥이 나오고 양은 무한대다.
그러나 교도행정의 갈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1980년대 30% 수준이던 재범률은 2000년대 들어 6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의 재범률은 70%를 넘어섰다. 재소자의 인권침해도 아직은 바닥수준이다. 하지만 탈옥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없다. 영화와 다른 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