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영화는 죄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교도소내 불합리성, 그리고 이 두 의미를 아우른 탈옥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대별된다. 감옥영화의 백미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상화 한 작품이다.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한 은행원의 수형생활과 탈출을 그린 이 영화는 모든 것이 대조적인 두 남자의 우정을 통해 인간의 자유에의 의지와 삶에 대한 희망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특히 감옥에서 20년을 보낸 은행원 앤디의 극적인 탈출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통쾌한 반전으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실화를 각색한 프랑스 영화 ‘빠삐용’도 감옥영화의 수작이다. 앙리 샤르에르는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남미 프랑스령의 기아나 형무소로 압송된다. 샤리에르는 악명 높은 이곳에서 10여차례 탈옥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은 탈출이 전혀 불가능한 무인 고도(孤島)로 보내진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샤리에르의 의지는 더욱 강렬해졌고 그는 가슴에 새겨진 나비처럼 훨훨 날아 바다에 몸을 던져 마침내 자유를 얻는다. 아직 영화로 만들어 진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도 탈옥사건은 심심찮게 발생한다. 최근 영화화가 결정됐던 지강헌은 1988년 호송차에서 탈출했다. 당시 지강헌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주장, 교도행정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1997년에는 무기수 신창원이 부산교도소를 탈옥했다. 전남 순천에서 붙잡힐때까지 2년6개월동안 신출귀몰한 행동으로 경찰을 비웃었던 신창원은 당시 ‘신창원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00여건의 추가범죄로 22년6월을 선고받고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신창원은 작년 4월과 8월 고입에 이어 대입검정고시에 연거푸 합격해 눈길을 끌었다.
엊그제는 전주교도소에 수감중인 최병국이 탈옥해 교도행정의 허점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다행히 탈옥한지 51시간만에 검거됐지만 자칫 제2의 신창원 사건으로 커질 뻔한 사고였다. 최병국은 경찰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싶어 독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딸들이 보고싶어 탈옥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이처럼 모든 수감자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그러기에 탈옥을 결행한다. 하지만 자유를 담보로 죄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이는 단지 희망에 불과할 뿐이다. 형기를 마친다 해도 자신과 피해자에게 입힌 상처는 남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교도소 생활은 대단히 중요하다. 단순히 벌을 준다는 목적에서 벗어나 또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교화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김승규 국정원정은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3월초 부산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국의 민영교도소를 소개하면서 우리도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따라 지난달 초 여주교도소 수감자 34명을 대상으로 민영교도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시적이지만 교정기관이 민간단체(기독교)에 교도소 수감자 통제권을 부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민영교도소는 세계 40여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만 150개 정도가 있으며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재소자가 늘어 수용에 한계를 느끼고 교도소 내에서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영교도소의 설립은 바람직한 것 같다. 관건은 운영의 묘를 잘 살리는 것인데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수감자들이 사회와 격리돼 있다는 소외감을 줄이고 공장등을 세워 출소후의 자활책을 강구해 나간다면 수감자들에 대한 교화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다만 한가지 걱정스러운 대목은 행여라도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일은 금물이다.
/김관춘(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