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⑥

⑥새파란 쫄병시절

북한에서 귀순한 배우 김혜영씨(오른쪽)와 공연하는 필자. (desk@jjan.kr)

군대는 1973년 일반병으로 갔다. 군대갈 때 대 선배이신 강부자, 사미자, 여운계, 전원주 씨 등이 몇 천원씩 용돈을 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 주었다. 참 고마웠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할 당시 90kg이던 몸무게가 훈련소를 퇴소할 무렵 18kg이나 줄었다. 뛰고 구르며 정신없이 훈련 받는 사이에 군살은 다 빠지고 단단한 체격의 '진짜 사나이'가 된 것이다. 내가 배치된 곳은 춘천에 있는 모부대였다.

 

새파란 쫄병시절, 어느날 이었다. 부대에 탤런트들이 대거 위문 방문을 했는데 노주현, 강부자, 조영남, 안인숙 씨 등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이 총 출동했다.

 

나는 선배들을 면회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새파란 이등병에 불과했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소대장에게 강부자씨 등을 면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러나 소대장은 황당무계하다는 듯 "야, 임마. 늬가 탤런트했다는 것을 어떻게 믿냐?"며 화를 냈다. 그러나 하늘같은 소대장도 결국 사람이 그리운 군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너, 거짓말이면 혼날 줄 알아!"하곤, 못이기는 듯 탤런트들이 군단장 등 장교들과 식사하는 식당으로 나를 데려갔다.

 

이번엔 경계 근무를 서는 헌병이 믿어주지 않았다. 헌병은 다짜 고짜 "너 이 새끼, 큰 일나려고. 빨리 돌아가, 임마"하며 발길질을 해 댔다. 그런데 막무가내이던 헌병도 당시 인기스타 안인숙씨는 알아봤다. 내가 안인숙씨와 함께 드라마 했다며 사정하자 태도가 누그러진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식당 안에서 강부자씨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달이 잘못된 것인지, 강부자 씨는 '김성환'이가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또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함께 나온 안인숙씨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강한 훈련으로 체중이 18kg이나 빠진데다, 얼굴마저 새카맣게 그을린 이등병이 설마 김성환인 줄 몰랐으리라. 설움이 복받쳐올라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불과 몇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했는데도 나를 몰라보는 현실 앞에서 미칠 지경이었다. 결국 강부자씨는 고개만 갸우뚱 거리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버렸는데, 잠시 후 다시 나오더니 "탤런트 김성환이라고 있었는데, 혹시 같이 있었습니까"하고 물었다. 너무나 답답해진 나는 "아, 내가 바로 김성환이라고요"하고 소리쳤다.

 

강부자씨는 그제서야 나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한 순간에 눈물바다가 돼 버렸다. 그렇게 울고 있는데, 식당 안에서 본부대장인 박경선 소령이 나왔다.

 

강부자씨는 박 소령을 보더니 "세상에, 군대가 사람을 멋있게 만드는 줄 알았더니, 병신을 만들어 놓았다"며 하소연했다. 박소령은 "이게 진정한 대한민국 남자"라며 웃었다.

 

조금 있으니까 조영남 선배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조 선배와 박경선 소령은 육군 군악대에서 같이 근무한 막역한 사이였다.

 

조영남 선배가 박 소령을 향해 "형님, 이 자식 내 동생인데 참 멋있는 놈입니다. 야, 이 자식아, 여기 있으면 형님한테 진즉 말했어야 할 것 아니야"하고 거들었다. 그 자리에서 특별 휴가증이 끊어졌다. 조영남 선배는 곧이어 식당 안으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군단장 김종환 중장에게 인사시켰다. 새파란 이등병에게 참 감지덕지한 순간이었고, 뭐가 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강부자 씨 등이 "방송국에서도 참 촉망받는 탤런트였는데, 군대생활도 잘하는 것 같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었다. 이에 김종환 중장은 "방송홍보활동도 하고, 연극도 담당하라"며 정훈병으로 배치해 주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김종환 중장은 서울 보안사령관으로 임명되자, 나를 데려갔다. 당시 보안사에서 영화반을 편성해서 '진짜사나이'라는 영화를 촬영했는데, 참으로 보람찬 생활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