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대리석과 여성 취향의 벽지로 치장을 하고, 거기다가 각종 귀족풍의 소품을 얹어서 앙드레김 특유의 여성적이고 우아한 장식미가 한결 돋보이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듣고 보면 가히 환상적이다. 또 앙드레김이 설계했다고 하니 솔직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앙드레김의 이러한 외도소식을 접하자, 이상하게도 20여년 전에 타계한 김수근이라는 건축가의 독백이 오버랩 된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사당 현상설계공모에 당선되고, 그 유명세를 몰아 국내의 굵직굵직한 건축설계를 거의 도맡아 하다시피 한 김수근은 말년에 서울올림픽 스타디움을 설계하고 나서야, 그 유명세 때문에 건축설계를 할 때마다 으레 남과 다르고 뭔가 특이하게 건축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밤새 머리를 쥐어짜다가 정작 중요한 것은 놓쳤노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세계 100대 건축가로 꼽히면서 한국을 대표하던 건축가조차 그랬다는데, 한평생 옷만 디자인하던 사람이 건축물의 실내를 디자인했다니, 그 고심의 흔적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남과는 뭔가 다르고 지금까지의 인테리어와도 또 뭔가 다르게 꾸미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테니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실내는 더욱 고급스러워지고 화려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건축주와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서 앙드레김의 유명세를 활용했다고는 하지만, 의상디자이너가 주거공간의 인테리어 설계를 했다고 하는 것은 당초의도대로 확실히 뉴스거리가 된다. 그런데 옛날 그 유명한 ‘옷 로비사건’때 국회청문회에 불려나와 앙드레김 특유의 그 어눌한 말투로 본명이 김봉남이라고 밝혀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던 그때 그 화면이 왜 그런지 자꾸만 어른거린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