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새 내린 폭우로 온고을 전주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덕진동은 전주천의 역류로 인해, 어은골과 아중리에선 산사태로 인한 재산상의 손실과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있었다. 그나마 어은골 쌍다리 부근의 범람 위기를 민관의 신속한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64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 수위는 대체적으로 시간당 46㎜의 장대비라거나, 일일 강수량 279㎜ 라는 수치보다는 불어난 전주천 물을 보면서 결정된다. 전주천은 시민의 강수계인 셈이다.
그날 아침, 금방이라도 제방을 넘을 것 같이 무섭게 흐르던 전주천 물이 비가 그치고 오후가 되자 별일 있었냐는 듯이 죄다 빠져나갔다. 싸전다리 아래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비상 대기하던 공무원들은 한숨을 돌렸다. 그렇다면 그 많던 빗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류의 피해를 키우는 도시하천
전주천은 전형적인 도시하천이다. 도시하천은 개발로 인해 숲과 농경지가 사라지고 포장 면적이 증가하여 물을 담을 그릇이 줄어들고 빗물의 순환체제도 균형을 잃게 되어 평상시에는 바닥을 보이다가 비만 오면 깔때기 역할을 하는 배수구를 타고 순식간에 빗물이 불어난다.
전주천 유역의 빗물은 곧게 펴진 제방을 따라 빠른 속도로 흐르면서 본류인 만경강의 수위를 높인다. 필자가 당일 만경강을 따라가 확인해본 결과, 봉동읍 제방 구간의 하천부지 경작지는 침수되지 않았으나 소양천이 합류하는 회포교 부근과 전주천이 합류하는 삼례 부근의 하천부지 경작지는 완전히 잠겨버렸다. 전주지역의 농경지 침수가 삼천과 만나는 합수 지점의 아래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치수정책으로 전환해야...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전주천 범람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바닥 준설과 신속한 배수를 위해 물길에 방해되는 식생을 제거하고 제방은 돌붙임이나 콘크리트 블록을 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하천 정비는 전주 도심의 제방 범람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애써 복원한 전주천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본류나 하류 지역에 더 큰 피해를 불러올 뿐이다.
따라서 행정은 양수 펌프, 배수구 정비, 불필요한 공작물 철거 등의 단기적인 홍수 방지대책 마련과 함께 상류, 중류, 하류 유역 전체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제방 축조에만 매달리지 말고 저류지, 습지, 농경지, 홍수터 등의 조성과 관리를 통해 하천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치수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2002년과 2003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루사와 매미의 피해 복구비가 16조원, 이번 폭우로 지역의 손실이 2천4백억을 넘었다고 한다. 엄청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들인 수해복구 사업이 오히려 수해를 부르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