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의 사활을 쥐고있는 수입개방, 여러번의 시행착오로 신뢰를 잃어버린 농정, 농업투자 무용론을 펼치는 일반인들의 반응, 사회 전반에 만연한 농업경시 풍조, 일부 농업인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우리 농업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한데 상생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도 국민의 신뢰와 선택을 받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업 뿐만이 아니다. 유통시장의 개방은 우리의 안방의 금고를 송두리째 대형유통업체에 헌납하고 있는 형상이다. 재래시장의 공동화, 지역경제의 황폐화, 중소상인의 초토화 바로 이것이 우리 지방 유통업의 현주소다.
주민들은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도나도 대형유통점으로 몰려가고 있다. 지방행정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중소상인들마저 무기력증에 빠져 거의 포기상태에 처해있다.
최근 전주에 외국계 대형할인점이 문을 열었다. 점포 주변의 교통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납품차량들이 도로를 무단점유하고 있다. 고객공간이 열악한 점포구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드는 인파에 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들의 판매행태는 이제 곧 오만함을 넘어서 뻔뻔스러워 질지도 모른다.
지역경제를 초토화시키는 공룡같은 대형유통업체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우리는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과 농업의 현실이 너무나도 비슷하다. 중소상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문닫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그들이 바로 우리들의 형님, 동생, 누나, 오빠다. 그런데도 대형유통점의 주차장이 연일 만차라면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는 소비자이고 지역경제활성화는 헛구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