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는 바와 같이 불교는 인도에서 태어나 중앙아시아의 사막을 관통하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아시아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실크로드의 각 지역에 조영된 불교사원 내부의 불상과 불화는 불교의 동점과정에 나타나는 지역적 문화변용에 의해 모두가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백리부동풍(百里不同風)’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내의 불상을 살펴보더라도 고구려의 불상과 백제 불상의 얼굴이 서로 다른 것은 바로 지역의 풍토차가 빚어낸 산물인 것이다.
요즈음 전주시내는 물론이고 전국 어디를 가던 도심이나 교외를 막론하고 주위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저 높고 뾰족하게만 지어놓은 종교시설물 들을 보면 답답하기조차 하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이미 한 세기도 훨씬 지났건만, 아직도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교회건물을 도심에서 조우하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7월, 국내의 한 조각가가 제작한 지극히 한국적인 마리아 상이 바티칸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복을 입은 평범한 여인이 발가벗은 아기 예수를 업고 머리에는 물동이를 지고 있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의 모습으로 형상화 된 마리아상이라고 한다. 이제는 한국적인 성상이 모셔진 극히 한국적인 교회당 그래서 그 자체가 전주의 지역적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건축물이 도심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되었다.
향후에는 전주 도심에도 주위환경과 잘 조화를 이룬 아담한 교회당 또는 불교사찰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주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계도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도 전주의 문화환경에 어울리는 종교시설 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지원과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해봄직 하다.
전주시가 전통문화도시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파리나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그처럼, 건물의 형태나 건축자재 그리고 간판의 크기나 색상 등에 이르기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감독하여 도시미관의 전체 틀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민들 역시 왕실문화와 양반문화가 살아 숨쉬는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 시민으로서의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이러한 시 주도의 사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전주다운 전주를 꾸며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화재로 뒤덮인 경주시는 도시정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자신의 편의도 함께 추구한 결과, 유적사이로 큰 길을 내고 유적 가까이에 주차장을 설치 운영하는 우를 범하였다. 그 결과 외지의 관광객들이 고도를 음미하며 산책하고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거의 모든 관광객이 자동차를 타고 내리며 유적에 들러 기념사진만을 찍고 가는 뜨내기형 관광의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전주는 도시미관의 정비과정에서 경주가 겪었던 이러한 부정적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도시미관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 하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뛰어난 관광자원이라는 점을 모두가 생각해야 한다.
/민병훈(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