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회고록

요즘 서점에 가면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유명 정치인에서 필부에 이르기 까지 자신의 걸어온 길을 기록한 것들이다. 고위공무원이나 교장 등을 지낸 분들도 퇴직을 전후해 자신의 글과 함께 발자취를 싣는 경우도 흔해졌다.

 

서점에서 이들 유명인의 회고록을 훑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김수환 추기경의 ‘추기경 김수환이야기’,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My Life)’, 리영희 교수의 ‘대화’ 등은 유익하고 시대적 교훈을 담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 주석과 김대중 대통령도 회고록을 집필중이어서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회고록 집필에 작가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쓴 ‘나의 편(My Side)’은 1백만부 이상 팔렸지만 대필작가가 써 준 것이다. 미국에서는 20-25 달러만 주면 전기를 써주는 대필업이 성업중이라고 한다. 전기대필 사이트에 가입한후 자신에 관한 250여 항목에 대답하면 된다.

 

최근 나온 회고록 가운데 박철언씨의 ‘올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이 화제다. 그는 6공시절 노태우 대통령의 신임에 힘입어 황태자로 통했던 인물이다.

 

이 책에는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에 관한 뒷얘기가 많이 나온다. YS와 DJ가 서로 비난하고, 전두환이 노태우를 ‘대통령이라도 귀싸대기를 맞아야 한다’고 하는 막말도 들어있다. 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3당 합당의 뚜쟁이 역할을 하는 대목도 의외다.

 

특히 자신을 구속한 악연이 있어서인지 YS에 대해서는 칼날을 세운다. YS가 3당 합당을 전후해 노태우 대통령으로 부터 40억원 +α를 받았고 민자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5살 연하의 노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렸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YS 또한 2001년 펴낸 회고록에서 DJ와 이회창 총재 등을 가차없이 씹어댔다.

 

이들의 회고록은 종전 덕담으로 일관하던 형태와 달리 공격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당시 정치이면을 적나라하게 까발긴다. 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데가 있다. 그것은 ‘제 똥 구린줄 모른다’고 자신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회고록에는 자신을 처형대에 올려 놓을 만한 용기와 겸손이 배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사료적 가치까지 남길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미래를 위한 회고록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