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 3090명을 발표했다. 사전편찬위는 선정기준으로 일제의 국권침탈에 협력한 자,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한 자, 항일운동을 방해한 자, 황민화 정책■침략전쟁에 협력한 자, 항일운동의 경력이 있으나 변절하여 일제에 적극 협력한 자 등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단에는 과거 직책으로 표기해 보면 박정희 대통령, 민복기 대법원장, 정일권 국무총리, 김성수 고려대 설립자, 유진오 고려대 총장, 백낙준 연세대 총장,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 방응모 조선일보 사장, 김성수 동아일보 사장, 이병도 교수, 작가 최남선과 이광수, 모윤숙, 예술가인 홍난파, 유치진, 현제명, 김기창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북에서도 김연수, 서정주, 채만식 등 200여명이 포함되었다. 기라성같은 인물들이다.
친일명단 발표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직책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친일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주장하였고, 자유주의연대는 ■인민재판식 친일인사 선정과 발표를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친일보다 친북이 문제라며 한국에서 친북적 인사들을 먼저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일제 시대에 높은 지위에 있었던 것은 자발적인 참여이지 강제 참여는 아니다. 스스로 그만 두면 되었을 것이다. 인민재판식 선정은 선정과정을 무시한 발언이다. 친일보다 친북이 나쁘다는 주장은 초점을 흐리는 한심한 발언이다. 지위는 낮았지만 악질적인 친일을 한 사람, 또는 고위직에 있었지만 독립에 도움을 준 사람 등은 자료를 검증하여 추가하거나 삭제하면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불의가 판치는 사회를 100년 이상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해 역사적 두려움을 가지고 올바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로 오랜만에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청정제를 보는 듯 하다. 정의가 살면 사회적 신뢰도 높아진다.
그러나 혹시 공이 있는데 무시되지는 않았는지, 친일이 너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 또한 사회적 분위기가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까지 연좌제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는지는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