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러한 열망에 비해서 우리는 아직도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저 단순하게 아파트의 기본 평면을 전원주택의 부지에 옮겨놓으려 하거나 그 위에 뾰족지붕만 얹어놓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 아래와 좌우로 겹겹이 포개어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행회사의 경제성을 추구하려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출현한 네모 반듯한 아파트를 어느새 좋은 집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집안에서의 동선은 짧을수록 좋고 창호새시는 외부와 더 완벽하게 차단되어야 하며 우선 보기 좋고 편리하다면 비록 화학제품 자재라도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눈치다. 그래야 분양시장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고 또 잘 팔릴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집이 ‘삶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세탁기나 냉장고처럼 하나의 가전제품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동선이 편리한 것도 좋고 안락한 것도 좋다.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이 건축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더 중요한 요소들이 빼곡히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크건 작건 전원주택을 짓는다는 것 자체는 그동안 아파트로 대표되는 도심 속에서 이리저리 부대껴가며 지쳤던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내는 일이고 다시 제 본성(本性)을 찾으려는 희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물과 들과 나무가 아우러진 전원의 본래 속성에 맞게 다소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건강한 집’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우리 인간의 소망은 다름 아닌 ‘건강한 집’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호건축사무소 대표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