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이야기 땅과 생명...그리고 江] ⑨ 신천습지

그 곳에 가면...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신천습지, 가시연꽃, 네가래, 노랑어리연꽃, 마름, 어리연꽃, 왜개연꽃(위부터). (desk@jjan.kr)

완주군과 전주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을 따라 생태기행을 하다보면 고산천과 소양천이 합류하는 곳에서 새로운 세계(新天地)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신천습지(新川濕地)다.

 

신천습지는 두 하천의 생태적 공간이 공존하면서 탄생시킨 하천의 하도습지(河道濕地)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만경강의 새로운 생태적 신화를 꿈꾸게 된다.

 

예전에 이곳 신천습지에서는 애써 습지가 내는 목소리가 없어도 인간과 소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생태적 본질을 파괴당한 신천습지는 조용히 침묵하면서 그들이 담아놓은 생태적 언어(生態的 言語)를 침잠(沈潛)시키려 하고 있다.

 

이곳 신천습지가 갖는 공간적 의미가 승리하면 만경강의 생태는 힘찬 기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습지가 만들어낸 생태적 시간은 만경강 전체에 커다란 운치를 만들어가게 된다.

 

신천습지(新川濕地)는 만경강에서 하천생태계가 가장 양호한 곳이다. 특히 중앙부 하중도(河中島)의 만곡된 곳은 다양한 수생식물이 산다.

 

연잎에 가시가 있는 멸종위기종 2급에 해당하는 가시연꽃, 잎이 자라등 같은 자라풀, 물속에 사는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감소추세종 통발, 꽃대가 나사처럼 꼬불꼬불한 나사말, 네 개의 잎이 밭전(田)자 같아서 ‘전자초’라고 부르는 네가래, 잎의 모양이 마름모처럼 생긴 마름, 꽃이 낙지다리처럼 생긴 낙지다리, 잎이 부드럽다고 붙여진 이름 부들, 물에 뜬 옥비녀 물옥잠, 그리고 만경강의 터주대감 왜개연꽃,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갈대, 달뿌리풀, 줄 등의 아름다운 꽃들과 만날 수 있는 그들만의 터가 있다.

 

그 삶의 터에 넓게 자리잡은 연꽃군락을 보면서 문득 중국 송나라 때 ‘주돈이’의 유명한 애연설(愛蓮說)이 생각난다.

 

‘내가 연꽃을 사랑하는 것은 진흙 속에서 낳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가 곧고 덩굴지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는다. 꽃향기는 멀어질수록 맑아지며 우뚝 선 깨끗한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뿐 가까이에서는 볼 수 없으니 연꽃은 꽃 중의 군자다’라고 한말이 와 닿는다.

 

만경강의 신천습지 한 가운데서 붉은 꽃을 피우는 연꽃의 불염성(不染性)처럼 만경강의 물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함을 간직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이 이들이 내는 생명의 소리인지를 깨달아 가면서 지금 이 순간 습지를 이루고 있는 묵직한 생태적 기록(천이ㆍ遷移)위에 햇빛이 토해내는 뜨거운 생명의 밀어를 왜곡하는 일 없이 훑고 지나가고 싶다.

 

만경강 식생분포·특징

 

만경강과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등의 지류는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특징적인 식생이 형성되어 있다. 식물의 생육환경으로서 만경강의 식생은 유수로 인해 식생이 빈번하게 교란을 받거나 파괴되고 있으며 지형, 유속, 수질오염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이 분포한다.

 

만경강 하천 식생은 대부분이 달뿌리풀, 갈대, 줄, 고마리등의 초본식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목본은 왕버들, 갯버들, 버드나무를 제외하면 그 수는 적다.

 

일반적으로 강우, 증발, 식생등에 영향을 미치는 표고별 면적분포에서 표고100m 이상의 삼림면적은 전면적의 36.2%로서 약 1/3에 불과하며, 유역의 경사는 10%이하 경사가 53.5%로 비교적 완만하다.

 

그러나 상류지역은 하상의 구배로 인하여 범람식생이 형성된 곳이 많다. 이에 반해 하류지역에서는 하천의 폭도 넓고 적은 강우에는 침수되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어 범람식생의 발달은 거의 없다.

 

만경강 하천에 분포하는 많은 식물 가운데 갈대를 우점종으로 하는 하류지역의 식생은 그 분포가 하천변에 한정되지는 않지만, 중ㆍ상류지역의 우점종은 거의 하천에 한정되는 종류가 많다. 이것은 유수에 의하여 하천 환경이 변화되는 현상이 중ㆍ상류지역보다 하류지역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신천습지는 고산천과 소양천이 합류하는 회포대교에서 하리교까지 이어지는 곳(약 2km)으로서 만경강에서 하천식생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하천내 습지환경은 유역이 넓고 곳곳에 수중보가 조성되어 있어서 유속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습지내에 많은 하중도가 형성되어 있어 습생식물, 수생식물 등 다양한 식물종과 식물군락이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 일대 습지식생의 식물군락은 왜개연꽃군락, 노랑어리연꽃군락, 수염마름군락, 나사말군락, 연꽃군락, 검정말군락, 마름군락, 어리연꽃군락, 자라풀군락, 네가래군락, 애기부들군락, 흑삼릉군락, 고마리군락, 갈대군락, 줄군락, 가시연꽃군락, 털물참새피군락 등이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 감소추세종인 통발과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으로 등급이 높은 긴흑삼릉, 자라풀, 수염마름, 왜개연꽃, 흑삼릉, 질경이택사, 개쇠뜨기 등은 보호가 요구되는 식물들이다.

 

그러나 신천습지 유역을 포함한 만경강 하천식생에서 가장 심각한 현상은 귀화식물인 망초, 개망초, 기생초, 돼지풀, 털물참새피 등이다. 이들 귀화식물은 만경강 식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식생의 종다양성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아니라 건전한 하천생태계의 생태적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 식물들 외에도 하천유역의 수변림을 형성하고 있는 족제비싸리, 아까시나무등의 외래식물과 고수부지에 무분별하게 조성되어 있는 경작지는 하천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건강한 이동공간을 차단하고있기 때문에 단계적 제거가 시급한 실정이다.

 

/김창환(익산대학 녹지조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