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을 해야 잘 먹고살 수 있다고 해서 농축수산물을 제물 삼아 공산품 잔치를 벌이더니 온 나라가 외국농산물 천지가 되고 말았다. 땅은 분명히 내 나라 땅인데 신토불이 먹거리는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외국산 농산물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도소매상은 말할 것도 없고 농어촌 현지까지 가서 사오는 물건도 까딱하면 국산으로 둔갑한 외국농산물을 사올
야! 이 청맹과니야, 그 덕에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무역강국이 돼서 이만큼이라도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시비냐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또 한국사람이라고 꼭 한국농산물만 먹어야 하느냐, 세계화 시대에 외국농산물 좀 먹는다고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핏대를 세우면 대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먹는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인식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먹거리를 먹고 무사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납덩이가 든 꽃게와 복어, 타르에 담근 검은깨, 농약과 유해물질로 뒤범벅이 된 고추와 과자, 방사선을 쐰 감자와 양파, 방부제로 분칠을 한 고사리와 도라지, 심지어 표백제를 넣어 찐 쌀에 발암물질이 든 붕어·잉어·장어까지 그들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먹겠는가 말이다.
소득이 높은 선진국들은 자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러가지 위생과 보건·안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이나 방사성 폐기물의 수입금지, 유해식품에 대한 수입제한, 자국의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의 수입규정 등 다각도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는 것이다. 한데 우리나라는 농어민들을 속이기 위한 이면계약은 서슴치 않으면서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이면계약은 소홀히 하고 있다. 한심하다못해 우울해질 지경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례상에 올릴 제수거리를 사러 시장에 나가보면 어느 것이 우리농산물이고 외국농산물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혹시 젯상이 ‘침묵의 살인 식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인체에 유해한 외국농산물은 농촌 죽이기에 앞장선 성장 지상주의자들이 모두 사가야할텐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니 그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