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800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부활’하고 있다. 탁월한 경영인들의 입을 통해, 또는 TV 드라마를 통해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활의 단초는 1990년대초 몽골에서 시작되었다. 소련은 70년간 몽골을 억압했고 민족주의 촉발을 우려해 그의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 소련의 몰락과 함께 칭기즈칸의 신화는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칭기즈칸은 어렸을 때 아버지 예수게이가 독살당한 후 여장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를 죽인 타타르족과 자신을 키워준 케레이트족과 싸워 몽골초원을 평정하고 1206년 몽골제국의 ‘칸’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는 여세를 몰아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까지 동서 8000㎞의 유라시아 제국을 건설, 150년 동안 지배하게 된다. 현대 지도를 펴 놓고 보면 30개국 30억 인구가 넘는 땅을 정복한 셈이다. 그는 이러한 전쟁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에서 4000만명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칭기즈칸의 유럽정벌은 당(唐) 멸망이후 끊어졌던 실크로드를 다시 연결해 동서문화 교류의 새 장을 열었다. 아시아 초원의 상쾌한 바람이 유럽과 이슬람의 오랜 잠을 깨운 것이다. 칭기즈칸은 국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했으며 노비제도도 금지시켰다. 또 동서양의 만남을 촉진시켜 글로벌 경제를 확산시켰고 외교적 면책특권이라는 국제적 규칙도 도입했다.
오늘날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리더십의 소유자요 위대한 CEO였다. GE의 잭 웰치는 “21세기는 새로운 유목사회이며 나는 칭기즈칸을 닮겠다”고 했다. 또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000년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그를 꼽았다.
유목민이었던 그는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사이버 세계를 떠도는 신(新)유목민(digital nomad)시대에 곰곰 새겨봐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