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평생학습과 박물관

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주5일 근무제는 단지 여가활용의 기회 확대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다음세대에 전하는 전달장치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게공간, 학교교육의 연장선으로서의 학습현장, 고령화시대의 평생학습 기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목인 개인소득 1만불의 시대를 맞이하면 대개 자신의 역사나 문화의 뿌리찾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2만불을 넘어서면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문화를 대변하는 박물관?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에까지 관심이 확대된다고 한다. 그리고 저 출산에 의한 인구감소와 고령화사회를 함께 맞이하게 된다.

 

이미 7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사회의 핵가족화, 도시화, 고학력화 그리고 국제화에 따른 정보화의 심화와 더불어 고령화사회의 도래는 문화면에 있어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책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단순히 지역사회의 기억장치로서의 보존기능과 다양한 자료의 공개를 운영의 축으로 삼는 일방적인 문화 메신저로서의 기능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시민의 박물관 미술관 이용 및 참여의 확대로 쌍방간의 대화가 중시되는 인터랙티브 뮤지엄(interactive museum) 운영이 요구되고, 이를 통한 시민생활의 질적향상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교육시설로서의 기능강화가 요구된다.

 

이와 같이 주민 자신 특히 노령층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학습활동의 확대는 인터넷시대의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를 지닐 수 있게 하며, 퇴직 후의 제2의 인생설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게 된다.

 

그리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의 평생학습의 중요성 증진에 따라, 보다 나은 학습활동 지원을 위하여 자원봉사 활동 역시 그 중요성이 증대된다. 노령층 주민들은 이와 같은 평생학습과 자원봉사 활동을 통하여 미지의 이웃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삶에 대한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평생학습의 시대를 맞이하여 박물관과 미술관에 부여된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뮤지엄 에듀케이터(educator : education과 curator의 합성어)의 채용과 양성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제도의 조직적인 운영과 봉사자로 참여하는 성원들의 수준향상이 함께 도모되어야 한다.

 

지자체 운영의 뿌리가 아직 견실하게 내리지 못한 우리의 지역사회에서는, 70-80년대의 개발 지상주의에 따라 상실된 우리의 과거문화를 복원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그러기에 수집과 보존을 그 기본개념으로 하는 제1세대 박물관의 확산도 아직은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들 자료를 체계적으로 전시하여 공개를 그 주된 기능으로 하는 제2세대 박물관의 기능과 더불어, 참여와 평생학습을 지향하는 제3세대 박물관의 기능이 함께 요구되고 있는 시대상황이다.

 

/민병훈(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