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일제 식민지사관을 바로잡는 작업에 혼신을 쏟아온 재일 사학자 강재언 교수(80, 하나조노대학 명예교수)가 13일 전주를 찾았다. 문화의달 행사 일환으로 마련된 세계전통문화도시 심포지엄에 초대받아 기조 발제를 위해서다.
그는 1954년 국내서조차 전혀 연구가 없었던 ‘1894년 사건’을 체계적으로 연구,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올들어서만 두 번째 전주를 찾은 그는 일본에서도 전주산 합죽선을 끼고 살며 주윗 사람들에게 이를 자랑한다고 했다.
한국전쟁 직전 교사(청주고)직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간 이래 강교수는 30년 넘게 ‘얼굴없는 재일 사학자’였다. 여운형 선생을 존경하고, 그 연장선에서 북쪽에 총부리를 겨눌 수 없어 피신처로 일본을 택한 그는 조총련 활동을 하면서 고향(제주도)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등 우리의 근대사만큼이나 그의 일생도 파란만장했다.
그의 이름을 한국학계에 알린 ‘조선근대사연구’ 저술과 관련, “당시까지도 갑오농민전쟁에 대해 배타적·광신적 동학당원들의 난리로 규정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갑신정변에 대해 친일·친청파간 권력투쟁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식민지시대 기본구조는 그대로 남아있어요. 역사왜곡의 지탄을 받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 나오는 이유며, 새역모 같은 단체가 앞으로 더 나올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강 교수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으려면 평면적 외침만으로는 효과가 없으며, 역사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분명하게 반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단에서 추진하는 재일한인 100년 역사의 자료관 준비를 돕고 있다는 그는 오는 11월 자료관이 개관하면 자라나는 한인 세대에게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동질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교수는 조선 근현대사 관련 책을 중심으로 2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근저 ‘선비의 나라 한국 유학 2천년’이 다음달 영문으로 번역될 예정이며, 2주일전 ‘조선통신사 일본 견문록’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