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빈 말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별 생각없이 듣거나 하게되는 말 가운데 '빈 말'이라는 게 있다. 빈 말은 '실상이 없는 말'이라는 뜻으로 남을 속일 의도가 없다는 점에서 거짓말과는 구별이 된다. 그러나 빈 말을 허언(虛言) 가언(假言) 망어(妄語)라고도 하는 것을 보면 거짓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빈 말은 알맹이가 없거나 그럴듯하게 꾸며댄 말이기때문에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고 만다.

 

우리가 흔히 듣는 빈 말 가운데 '장사꾼 밑지고 판다' '노인 죽고 싶다'

 

'노처녀 시집가기 싫다'고 하는 말을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빈 말인 것 같은데 왜 빈 말 하느냐고 시비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빈 말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빈 말이 때로는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십시오' '부자되세요' '미인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와 같은 덕담은 의례적인 인사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빈 말도 이런 빈 발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빈 말 중에는 애시당초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빈 말이 있다. 인사권자가 '누구든 인사청탁을 했다가는 집안 망하는 줄 알라'고 엄포를 놓는 것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싫은 사람이 인사청탁 해올까봐, 그리고 '나는 이렇게 깨끗한 사람이오'라고 과시를 하기 위해 너무도 당연한 일을 새삼 강조하고 나서는 것이다. 인사가 끝나고 나면 으례 누군 누가 부탁해서 승진을 했다는 설이 파다하지만 집안 망했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빈 말도 사기에 가까운 빈 말이 있다. 처음부터 아예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또는 다른 목적을 갖고 빈 말을 하는 경우가 곧 사기성 빈 말이다. 빈 말은 영특한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대개 가진 것 없고 덜 배우고 정보에 약한 순박한 사람들이 걸려든다.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이 거꾸로 배신까지 당하게 되는 것이다.

 

차액보상제를 실시하면 쌀값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던 정부의 공언이 빈 말이 되고 말았다. 외국 쌀 의무수입량 확대에다 추곡수매제 폐지까지 겹쳐 쌀값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는데도 콧노래만 부르더니 쌀가마가 거리에 나뒹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또 무슨 빈 말을 하여 국민들 가슴을 아프게 할지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