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군산은 도지사의 방패가 아니다

우선, 군산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방폐장 유치를 찬성했던 것은 방폐장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것을 통해서 낙후된 상황을 벗어나고픈 열망 때문이었다고 본다. 사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경제적 지원이 없다면 이토록 전투적으로 방폐장을 유치하고자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폐장을 반대하는 분들은 방폐장의 위험성을 걱정하면서 반대한 것이지 군산의 낙후성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방폐장의 경제성도 불확실하다고 봤겠지만 안전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믿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배신자인 것처럼 몰려 심지어 공산주의자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얼마나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위협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군산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보면서 마치 1970년대 또는 1980년대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이 땅의 젊은이들은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자신의 피와 심지어 생명까지 바쳐가면서 말이다. 그 때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질타했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 공부하기 싫으니까 데모나 한다, 대통령이 이만큼 먹고 살게 해줬는데, 배고픈 걸 몰라서 그렇지, 데모하는 X들은 다 빨갱이다…. 아마도 당시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쉽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학생운동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말은 지금 데모하지 말고 훗날 어른이 되어 나라와 사회의 일을 맡게 될 때 그 때 잘 하면 되지 않느냐는 정도였다. 사실 그 당시 데모에 참여하거나 학생운동조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부모님들의 눈을 피하거나 속이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부모님들과 충돌하거나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들도 있었다. 흑백논리가 지배했던 시대의 우울한 장면이다. 이제 컬러시대를 넘어 디지털시대이다. 다양한 색깔들이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표출되고 있는데, 아직도 찬성 아니면 반대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전형적인 흑백논리가 난무하였으니…. 이렇게 흑백논리로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던 정부도 문제이고, 이에 편승하여 제 세상 만난 듯 야만적 공격성을 드러냈던 사람들도 문제다.

 

어제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도지사의 의사표명이 있었지만 투표 전에 이미 투표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전포고를 했던 도지사의 발언을 볼 때 책임공방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다. 공격의 대상은 소위 경주 편들기 혐의를 받고 있는 정부 그리고 군산의 찬성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 방폐장 유치 반대측이 될 것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제발 바란다.

 

이제 지역의 통합을 위해 노력할 때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서로의 과오를 시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총체적 책임은 도지사에게 있다. 물러나야 한다. 더 이상 군산이 도지사의 방패막이가 돼서는 아니 된다.

 

/윤찬영(전주대 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