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소신발언

사람의 인격은 천차만별이어서 딱히 몇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이 무의미한 일일수 있겠으나, 실제로 공통된 성향을 보이는 성격유형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가 없다. 가령 특별한 이슈나 상황에 부닥쳤을 때 개개인의 반응은 모두 다르지만, 이 때 대체적으로 추종파와 눈치파, 소신파 등 세종류의 성격집단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추종파는 자신의 주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전혀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남의 뒤를 좇아 무사안일을 추구한다. 특별히 내세우는 주의 주장이 없으니 남과 부딪힐 일이 없고, 따라서 원성을 사거나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힘으로 이루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무조건 예예만 하는 '예스맨'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눈치파는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살피다가 유리한 쪽으로 잽싸게 편승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눈치에 관한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 사태가 여의치 않다 싶으면 꿈쩍도 않고 중립을 지키는 재주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다.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이들이 대개 눈치파에 속한다.

 

소신파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는 강직한 성격을 갖고 있다. 나름대로 도덕심과 원칙이 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직하다는 평도 듣는다. 여기다 자신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능히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소양도 갖추고 있다 . 세가지 유형 중 가장 바람직한 성격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신이 지나치면 아집과 독선에 빠져 일을 더 크게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소신파들은 자기 신념과 주장이 강해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일체 타협을 하려들지 않기 때문에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이 '쌀협상 비준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소신발언을 해서 찬성측으로부터 '토론의 제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농촌출신이면서, 더구나 농민시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겁없이 소신발언을 한 것이 극적인 효과를 올리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조의원의 지역구인 홍천 횡성 농민들은 배신발언이라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소신발언이 될지 독선발언이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