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경우의 수

엄마와 아빠가 어린 아들에게 의사선생님께는 절대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리고 그 아들은 진찰실로 들어갔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엄마와 아빠가 진찰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본 광경은 우려했던 상황 그대로였다. 아들은 손에 물총을 들고 있었고 의사 선생님은 얼굴에 물기가 흥건한 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아주 오래전 네 컷 만화 중 하나다. 다른 장르에도 이런 기능이 있기는 하겠지만 소위 ‘행간의 의미’를 읽는 재미는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단 네 장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도입, 전개, 갈등, 절정, 결말까지 모두 풀어 내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앞서의 이야기를 이어 보기로 하자. 아이가 장난을 꾹 참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장난을 먼저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의사 선생님이었다. 이상하게 생긴 망치를 들고 무릎 연골을 툭툭 쳤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장난을 거는 의사선생님으로 비쳤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아이는 단지 의사 선생님의 도전을 받아 주었을 뿐이다. 물총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무릎 연골을 쳐서 그 반응을 보려는 단순한 진료행위에 지나지 않는데 아이가 먼저 장난을 건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이 두 등장인물의 견해 차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만화는 가상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이 현실에 미치는 파장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그 갈등의 결과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과 모 언론사와의 갈등이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에 대해서 황 교수팀은 ‘언론은 검증자격이 없다’며 응대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해석에 대한 경우의 수를 보면 이렇다. 황 교수팀의 연구가 옳고 언론이 자격이 없을 가능성, 황 교수팀의 연구가 옳기는 하지만 언론 역시 검증할 자격도 있거나 황 교수팀의 연구에 문제가 있고 언론이 검증할 자격이 있거나 황교수팀의 연구에도 문제가 있지만 언론 역시 검증할 자격이 없을 가능성 등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둘째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진행중인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른다. 그런 형편에 보도국까지 가세한 모양새가 눈에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