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찾아라! SBS의 오락프로 '진실 게임'이 지난 주 3백회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웬만한 프로는 1년을 견디기도 힘든 판에 장장 7년 세월을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으니, 분명 그 프로는 특별한 마력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20대 같은 초등학생, 외국인 같은 한국 사람, 가짜 커플 같은 진짜 커플,여자 같은 남자, 쌍둥이 같은 남남... 헷갈리기 쉬운 여러 명의 가짜들 속에 진짜 하나를 숨겨놓고 찾아내는 이 게임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부담없이 즐기기 때문에 재미가 두배로 커진다. 더구나 요지경 속 같은 세상에 발에 걸리는 것이 가짜라 그 재미는 야릇한 쾌감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진실 게임'이 기존의 질서를 송두리째 뒤엎어버리거나 국가 또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일 때는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된다. 진실 게임을 벌이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특히 진실 게임의 주제가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위는 황교수의 논문이 2개 세포주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11개로 늘려 조작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더구나 그 2개의 줄기세포도 DNA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진위 여부를 가릴 수가 있다고 했다.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거짓이기를 바라던 국민들의 희망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세계를 상대로 그런 무모한 일을 벌였을까. 그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병원의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노대체 누가, 도대체 어떻게,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제 황교수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속시원히 국민들에게 털어놓아야 할 차례인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하느님이 한국인에게 좋은 머리를 주셨는데 그 좋은 머리를 (좋게) 쓰지 않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3분동안이나 말없이 눈물을 흘렸겠는가. 머리 좋은 사람들의 진실 게임은 쉽게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머리가 좋은만큼 야비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머리좋은 사람의 거짓(위선)이 더욱 가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