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전자 연하장

한해가 저물어 간다.도도히 흐르는 장강(長江)의 물결처럼 멈춤이 없는 시간에 어떻게 시작과 끝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시간의 구획을 나눠 하루, 1주일,1달,그리고 12달을 모아 1년으로 만든 것은 인간의 작위처럼 보인다.

 

세밑을 맞으면 모두가 들뜨기 마련이다.각자 한해를 보낸 궤적을 그려보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기 때문이리라.보람찬 나날을 보낸 사람에게는 새해 또 다른 포부가,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에게는 회한이 찾아들 것이다.세월의 한 획을 짓는 세밑이기에 느끼는 감회는 각별한 것이다.

 

또한 이때쯤이면 바쁜 일상에 쫓겨 자주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떠올리게 된다.어느 시간대를 공유했던 스승이나 어른,친구들에게 따뜻한 정이 담긴 연하장을 보낸다.

 

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처음 시작되었다.아기 예수의 모습과 신년 축하의 글을 동판(銅版)으로 인쇄한 카드를 주고 받은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18세기에 유럽 다른 나라로 퍼진뒤 근대 우편제도 발달에 힘입어 지구촌 곳곳에 전파되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세함(歲銜)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관청의 아랫사람이 설날 윗사람 집에 세배를 갈때 그집 문앞에 내놓은 상자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명함을 넣는 것이다.일종의 연하장인 셈이다.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에게 연하장이 널리 퍼진 것은 6.25전쟁후 미군부대에서 성탄카드가 흘러나오면서 부터이다.체신부가 처음으로 연하엽서를 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말연시면 우체국 창구마다 엄청나게 쌓여 집배원들에게 한쪽 어깨가 휘어지는 고통을 안겨줬던 연하장 물량이 최근들어 크게 줄었다.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보내는 전자 연하장 때문이다.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는 봉투를 구입해 우표를 붙이는 번거로움을 덜수 있어 우선 편리하다.다이얼만 누를줄 알면 누구라도 보낼 수 있다.여기에 우편물 보다 저렴하다.10∼ 20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장년세대까지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 연하장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정성스럽게 사연을 적은 편지만큼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아무리 디지털시대라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연하장이 주는 포근한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세밑이다.